다 늙어서 생각해보자면 한번도 제대로
아름다워보았던 적이 없음
(첫 줄부터 눈물이 뺨을 적시는)
제대로 된 연애 한번도 못하고 삼십대가
되었는데 그당시에는 삼십대 초반은
노처녀소리를 들었음
(그당시란 언제인가)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엄마가
우리 라인 윗층에 아버지랑 둘이 사는 노총각이
있는데 그 총각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동네 이장?이런 분이 우리집에 중매서주러
오셨다는 것이었음
나는 대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니 좀 착찹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음
우리 윗층에 몸이 안 좋은 어르신과
어르신의 아들이 살고 있는건 알았지만
그 남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데
사실 나도 엄마 아버지가 다 편찮으셔서
편찮으신 부모님과 오래 살았는데
또 편찮으신 분이 계시는 집으로
결혼해서 간다는 건 너무 싫어서
나는 딱 잘라서 거절했음
그러고 나니 그 남자가 보였음
가끔 승강기에 그 남자가 타고 내려오면
아래층에 사는 내가 타는 것임
그리고 아무말도 안하고 1층까지 가서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었음
거절을 하고 나서 얼마 안되어
그 남자가 결혼을 함(맞선)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그 부부와 승강기를 같이 타게 되어
나는 먼저 내리고
그 부부는 위로 올라갔음
그리고 그 집은 그 남자가 결혼하자
이사를 갔음 그 남자를 볼 일은 영영 없었음
그런데 어느날 나는 마트에 갔는데
2층에서 내려오는데 1층에 장을 보러온
그 남자와 부인이 있었음
나는 늘 그 남자를 외면했으므로 그날도
다름없이 외면했는데 그날 그 남자는 끝까지
나를 쳐다보았음 마지막이었음
다시는 볼 일도 없었고 이후로는 보지 못했음
아름답지 못했던 여자에게도
간간히 이런 일은 있었음
재미있다 해주시면 다른 썰도 풀러 오겠다고
약속을 드려본다
25년 12월 29일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