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날아가고 - 이혜훈과 수쿠크법
2025.12.29.
이재명이 이혜훈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했다 .
이재명의 이혜훈 발탁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거나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얼마 없을 것이다 . 심지어 이재명 지지자들도 이런 조치에 대해 겉으로는 지지를 표하지만 이런 이유로 발탁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
기회주의자 정치인과 꼼수로 정국을 반전시키려는 권력자 간에 쌍방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지 , 거기에 무슨 심오한 목적이 있겠는가 ?
이혜훈이 어떤 인물인가 ? 부정선거를 명분으로 한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계엄을 반국가 세력인 민주당의 폭주에 맞선 정당한 통치행위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이재명을 내란수괴라면서 윤석열을 살려내라고 외쳐왔던 사람이다 .
다른 보수 인사라면 몰라도 ‘ 내란 청산 ’ 이 국정의 제 1 과제인 이재명 정부에서 이혜훈을 기용해 쓰는 것은 자가당착이고 모순이다 . 경제 살리기 , 국민통합 , 협치 ? 개가 웃을 일이다 .
이혜훈은 2012 년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박근혜 옆에 붙어 다니던 대표적 친박 여성 정치인이었지만 ,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은 데에 대한 불만인지 언론에서 노골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까댔고 나중에는 박근혜 탄핵에 열렬히 나섰다 . 필자는 당시 ,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하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있다 .
이혜훈에게 무슨 정치철학이 있겠나 ?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맞춰 떠돌아다니는 정치 철새일 뿐이지 .
이혜훈이 경제 전문가라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 필자가 이혜훈을 저 멀리 갖다 버린 것은 철새 정치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혜훈의 얄팍하고 경도된 경제 인식 때문이 더 컸다 .
필자는 이혜훈이 2012 년 이후 정치행보를 보고 인간으로서도 포기했지만 ,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이슬람 자본 이용을 용이하게 하는 수쿠크법에 반대할 때 이혜훈의 한계를 보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
스쿠크는 이슬람 금융에서 이자를 금지하는 율법을 준수하며 발행되는 특별한 형태의 채권이다 . 일반 채권과 달리 수쿠크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증서가 아닌 , 실제 자산에 대한 지분을 투자자에게 나누어 주는 금융상품이다 . 이런 특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 형태로 받게 되어 , 조세특례제한법 제 21 조 “ 외화채무에 따른 이자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한다 ” 는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있어 이슬람 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되었다 . 스쿠크는 실질로는 이자를 지급하는 것인데도 실물 거래 ( 배당 ) 를 띠고 있어 이 21 조에서 제외된다 . 당시 정부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일명 ‘ 스쿠쿠법 ’ 을 제정해 이슬람 자본도 다른 외화 자본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대우를 하여 이슬람 자본을 유치하려 했다 . 이 때에 당시 여당 의원 중 ‘ 수쿠크법 ‘ 을 가장 반대한 사람이 이혜훈이었다 .
나라 경제보다 자신이 믿는 종교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 이런 사람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적임자라 기획 예산처 장관 자리를 준 거라고 ?
18 대 국회의원 시절인 2008 년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와 관련하여 일부 위헌 판결을 받아 일약 강남 3 구 주민들의 영웅 (?) 으로 떠오르기도 했던 이혜훈인데 이재명 정부 하에서 이혜훈이 부동산 정책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자못 궁금하다 .
국힘당이 이혜훈을 제명 처분한 것에 대해 옹졸하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 그런데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
민주당이나 이재명이 국힘당에 협치 차원에서 추천을 요청한 사실도 없고 이혜훈이 사전에 당 지도부와 상의한 사실도 없으며 , 이혜훈이 스스로 국힘당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을 사퇴하지도 않았다 . 이런 상황에서 이혜훈이 이재명의 품으로 날아가 버렸는데 국힘당이 이혜훈을 제명하지 않을 수 있나 ?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기획 예산처 장관이 국힘당 당협위원장을 계속하면 내년 지선은 어떻게 치를 수 있는가 ?
이혜훈이 양심이 있었다면 , 직전이라도 지도부에 알리고 스스로 당협위원장을 사퇴하고 탈당하는 게 맞지 않을까 ?
국힘당도 참 딱 하기는 하다 . 지도부가 윤어게인 정당에서 열렬히 윤어게인을 외치던 사람이 적군에 투항해 버렸으니 난감하기도 할 거다 . 이혜훈은 배신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 국힘당도 배신자를 낳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버렸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