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에 남편과 차이코프스키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봤어요.
좌석은 두번째 등급의 좋은 자리로 통로쪽이었는데
남편이 통로, 저 제 옆으로 노부부가 앉았구요.
저희 뒷편으로 모녀가 있었는데 그 엄마가 요즘 말하는 관크
아니 관크를 넘어섰어요.
1부 막이 올라가자마자 사건이 시작되었는데
쟤는 쟤보다 다리가 더 높이 올라간다,
아이고~ 꼬마애들 귀엽다 저거 쟤들 엄마가 보면 얼마나 이쁠까,
저거저거 눈이 저렇게 쌓였는데 어떻게 치울라고 그래,
(대포 소리 나니까) 아이고 깜짝이야에 관객들이 웃기도 하고
야~ 이거이거 발레가 서커스 저리가라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있는 애가 그 옆에 애보다 50센치는 더 높게 뛴다.
저기저기 쥐새끼 좀 봐바 아이고 잔망, 쟤 좀 봐바,
저렇게 다리 찢을라면 몇년이나 걸릴까,
등등.... 수없는 말 말 말...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예요.
이건 뭐 공연장에서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거예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신호를 보내도 아랑곳 하지 않는데
딸이 엄마한테 조용히 하면서 보라고 하더라구요
굉장히 공손해요
엄마, 이런데서는 그냥 소리 안내고 보는거예요
아무도 말하는 사람 없잖아요
그냥 눈으로만 보시고 속으로 느끼세요
그런데 그 엄마는 거기에 대고
왜 내가 느끼는걸 말을 못해 리액션을 하면서 봐야 재미있지
그니까 그 딸이 공연을 그렇게 보는게 아니예요
엄마 지금은 그냥 아무말 하지 말고 보세요
다른 분들이 신경쓰고 계시잖아요
딸이 너무 착하고 공손해요.
그 딸 아니었으면 스태프한테 이야기 해서 그 엄마 조용히 시키던가
거의 내보내야 할 상황이었는데
딸이 엄마한테 너무 공손하게 말리는 걸 주변에서 모두 들어 그랬는지
인터미션 시간에 컴플레인 하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저도 그 딸이 그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말을 안했어요.
그러고 2막이 시작되었는데 다행히 주무시더라구요
간간히 들리는 긴 호흡 소리로 알았어요.
디베르망에서 말해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텐데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러고 마지막 부분에 깨서는 또 시작 ㅎㅎㅎㅎㅎ
엄마가 나이도 어려보였어요 딸은 고등학생이나 되었을 것 같더라구요.
연주회를 종종 다니는데 겨울이면 움직이며 바스락거리는 패딩(옷) 소리,
휴대폰 소리, 기침 소리,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등등은 있었어도
이건 뭐 ㅎㅎㅎㅎㅎ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몰입이 안되서 다시 보고 싶다 말하니
자긴 너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대요.
너무 순수한 아주머니의 첫 발레 감상을 온몸으로 느꼈다네요.
앞으로 호두까기인형 이야기 나오면 그 엄마가 생각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