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학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

성적으로 애초에 자존감을 짓누르는 사회와 교육.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분명히 공부를 잘 할 조건을 타고난 학생과 아닌 학생은 구분된다. 애초에 학습 자료를 읽고 그 내용에 들어 있는 정보를 잘 숙지하고 분석하며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패턴화하여 논리적으로 저장하고 추론하여 다시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학생이 소수 있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그 정보를 잘 저장하고 불러내는 법을 알려줘도 개념 이해력과 문제 적용력이 부족하면 학생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성적 지표는 그대로일 뿐. 

 

그런데 많은 부모들에게 학생의 그러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열심히 공부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여타의 길을 염두에 두는 것을 두려워 하니까. 대기업, 전문직 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인서울 대학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도태된 인생을 살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현실은 더군다나 요즘처럼 나름 사고력을 요하는 고등학교 시험체제에서는 애초에 추론력 사고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친구들이 그 공부를 따라가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에 아이들은 원래 되지 않을 일을 되게끔 하도록 압력을 받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노력해도 안 된다는 생각을 주로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된다. 

 

고등 학업 과정을 선행하지 않은 비학군지 학생들의 경우 그 현상은 심화된다. 학업 능력의 부족을 양과 시간으로도 메우지 못했으니 고등학교에서 부모의 기대만큼 성적을 받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본인들 수능 시험 볼 때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안되냐고 한다. 

 

요즘 시험은 열심히 해도 안 되게끔 되어있고, 솔직히 요즘 고등 내신이나 수능은 변별력을 위한 아이큐 판별 시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디테일한 사고 추론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말 그 벽을 뚫기 쉽지 않게 되어 있다. 

 

많은 학생들이 노력해도 안 되는 데 부모는 다른 기준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면서 일단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애초에 공부쪽으로 특출나지 않으면 자신을 2류 학생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자존감을 형성한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생각보다 다들 크다. 학생들 대부분. 

 

예를 들면 이런 경우가 있다. 부모들에게 이야기는 못하지만 부모님이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데 아이는 정말 아무래도 공부쪽은 아닌 것 같고, 공부 시키는데 너무 큰 에너지가 들고 다른 친구들 한 시간에 80을 할 것을 20도 겨우 하는 아이인데 어느날 학원 파티 할 때 그 아이가 다른 친구들 간식 필요할 때 가져다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너무 상황판단력 정확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필요할 때 적기에 딱 음식 가져다주고 다른 이들의 필요를 너무 센스있게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런 능력은 공부와는 별개인데 오히려 직업 영역에서는 더 중요하고 필수적일 수 있다. 그날 선생님들이 그 아이의 그런 모습을 칭찬했더니 아이는 자기가 공부 못하고 안하는 아이가 아닌, 

공동체 내에서 역할로 인정 받았기에 충분히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 부모에게 아이가 서비스직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할 수는 없고 나역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숙제 많이 내주고, 잘 안 되지만 공부 많이 시키는 쪽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 받고, 그 능력에 보람을 느끼면 좋을텐데 아이들의 자존감은 학교에서 보는 단원평가 몇 개 맞고 틀리고에 따라 결정 되고 부모들은 학교 단원평가 스펠링 테스트에서 스펠링 몇 개 못쓰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창 시절은 자신을 죄악시 하는 자의식으로 흘러간다. 

 

아이들은 학원에 와서 내가 주는 여러 영어 정보들을 즐겁게 습득하며 나름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는데 부모들은 애 숙제좀 더 내달라, 왜 요즘애들은 쓰면서 안 외우냐, 숙제를 안하면 다음 학원에 보내지 말아달라 하면서 끊임없이 아이들을 공부와 관련된 수동적 도구로 만들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어떻게든 숙제를 많이 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압박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여기서부터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통사람이라 일컬어지는, 그러나 자기 생활 범위에서 성실하고 신의 있는 사람들이 다소 자기를 부정하는 낮은 자존감의 싹이 시작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세대가 자랄 때와 요즘은 또 다르다. 교육받은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를 남의 아이보다 좀 더 낫게, 좀 더 빠르게 교육시키려 하고, 정보도 어찌나 많이 알고 찾아보는지. 그리고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절대 버리지 못한다. 

 

물론 기초 학력에 해당되는 내용은 인내하며 배울 필요가 있지만 저 아이는 다른 것에 집중하면 더 빨리 자기 직업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살텐데 싶고, 그 모습이 그려져도 나는 사교육 업자니까 그런 얘기는 하기 어렵다. 

 

일단 숙제 많이 내달라는 요구에 대해 애들이 숙제 많이 하다보면 자기 주도성도 없어지고 하던 것도 질린다는 논거를 대며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고 아이들이 학원에 왔을 때 공부에 재능이 있거나 아니거나 모두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공부할 수 있고, 자기 인생에 도움 되는 정보를 최대한 넣어 보내는 역할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다. 그리고 공부 능력과 관계없이 태도가 성실하면 태도를 크게 칭찬해주고, 넌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태도가 좋아서 잘 될 거라고 격려해주는 정도. 

 

평범한 사람들이 성실하게 자기 삶의 영역 책임지며 신의 있게 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살만한 삶이라는 것을 마음 속부터 채워나가며 배워야 하는데 학생때부터 평범함은 자신의 게으름이며(게으른 탓이 아닌 경우도 많다. 공부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해도 안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잘나지 못한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의 씨앗을 품고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 순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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