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크리스마스에 하는 푸념

비혼은 아니지만 비혼입니다. 혼자 삽니다.

25평 신축빌라, 자가입니다. 은행껍니다. 제꺼는 소파정도나 될까요.

2남4녀 셋째딸입니다. 형제들과는 그냥 행사때만 봅니다.

단톡방에도 안들어갑니다. 여왕벌인 큰 언니에게 그동안 쌓인게 많아서

한번 대차게 들이받은 이후로는 스따로 지냅니다.

 

중소기업 다닙니다. 7년차이고 과장입니다. 나이는 중년입니다. 은퇴가 코앞입니다.

직장에서는 그냥 과묵하고 약간 무서운 여자과장 정도의 포지션입니다.

직원들이 무서워하고 경계합니다. 대표이사랑은 데면데면 사이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친구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초중동창 7명, 전 직장 동료 3명, 대학동기 절친1명 이 정도입니다.

이게 전부인 인생입니다.

 

문득문득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냥 파도 밀려오듯이 생각이 밀려왔다가 스윽 사라집니다.

순식간에 왔다가 또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또 그게 마음에 생채기처럼 남습니다.

 

근데 또 4살된 조카와 올해 태어난 조카...

그리고 여든이 넘은 노모생각이 번뜩 들면 정신이 차려지긴 합니다.

 

올케 산후조리를 일주일정도 병원에서 해줬었습니다.

그때 올케에게 난 별로 오래 살고 싶지는 않은데 애기들이 어떻게 클지는 너무 궁금해...

했더니 올케가 눈물 글썽이면서 언니...오래오래 살아야지...하대요.

 

그냥 미련이 없다고 해야하나, 의지가 없다고 해야하나

남길것도 없고, 남기고 싶은 것도 없고 그렇습니다.

 

혹시 몰라서 장기기증 신청해놓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긴 했습니다.

연명치료 거부신청도 하고 싶은데 우리 지역은 보건소 가서 신청해야 한다네요.

시간내서 가야해서 고민중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그때그때 살다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네요.

딱히 나쁜짓 안하고 살았습니다. 

 

며칠전 GPT에게 요즘 유행하는 나와의 대화를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다 부서져가는 로봇이 머리를 싸매고 어둡고 지저분한 구석 창고에 웅크리고 있는

이미지더군요.

왜 이런거냐 했더니 제가 너무 지쳐있고 힘들어보인다네요. 정말 그런가 봅니다.

 

그냥 감정이 너무 지친건지 뭘 봐도  무미건조한데

감정을 건드리는 일이 생기면 또 한없이 치밀어 오르고,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회복탄력성이 점점 없어진다는 느낌, 인내가 자꾸 바닥을 보이는 느낌입니다.

 

휴일날 당직이라 그냥 한번 써봤습니다.

다들 내년에도 힘차게 잘 사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잘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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