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버지 보내드리고 오니...

 

퇴원하면 드시고 싶다고 해서

 

돈까스 뚜드려서 쟁여놓고

생선 살만 발라서 쟁여놓고

식사대용 음료 쟁여놓고

추어탕 재첩국 LA갈비 등 쟁여놓고...

생수 사서 쟁여놓고

 또 뭐 있지...

(병원에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해서

미세플라스틱 어쩌고 해도 생수가 편하다고 해서요)

 

사과 좋아하셔요.

퇴원하면 우리도 백화점에 과일 한번 먹어보자고

거기 사과는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자 했었어요.

커피 한 두잔만 안 마시면 되는데 진작에 살걸....

 

보내드리고 오니 그렇게 쟁여놓은 것들만 남았어요.

그렇게 급하게 가실지 누가 알았나요...

 

제 손으로 사망신고서 쓰는데 그제서야 마음속에서

뭔가 휘몰아치는데 아... 이게 슬픔이라는 거구나 싶습니다.

 

사는 게 별 거 없는 거 같아요.

다들 놀러 많이 다니고 사진 많이 찍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그렇게 즐기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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