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본진이 나를 혐오하는듯.....

뮤지컬을 처음 본건 중학교때였고

그 후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본적이 없어요.

사람 많은 장소에 가면 기빨려서

공연장 가는걸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어떤 계기로 뮤지컬을 보게 되었고

그 중 어떤 배우가 

제가 생각한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노래도 제일 맘에 들어서

그 배우로만 몇번 더 보기로 했어요.

처음엔 뒷자리에 앉아서 오글도 없이 그냥 보다가

앞자리로 전진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오글드는걸 보고

그제서야 나도 오글사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뭘 사야할지 몰라서 망설이다 공연날이 되었고

갑자기 19세때 샀던 작은 망원경이 생각났어요.

서랍에 처박아두고 긴 세월이 흘렀는데

꺼내보니 오글로 쓸만하더라고요.

공연당일 바로 가져갔죠.

이게 몹쓸 물건이 될줄 그땐 몰랐는데....ㅜㅜ

 

당일날 급하게 꺼내가서 사용법을 잘 몰랐어요.

시작전에 무대를 오글로 보니

온통 하얀색만 보임.

이게 뭐지?

보니까 무대 일부분만 심하게 확대된것.

헤메다가 렌즈 테두리를 돌리니 좀 작게 보이네요.

이걸로 조절하는거구나 깨닫고 

흡족하게 공연 시작.

배우들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는것 같아서

너무 좋은거예요.

이런 신세계가  있었는데 그동안 오글없이 봤다니.

계속 오글로 보던중

주인공들은 사이드에 앉아있고

중앙에서 다른 스토리가 진행되는 씬이 있었어요.

저는 이미 여러번 봐서 내용을 다 알고

그 부분은 중요하지도 않고 지루한 장면이라

오글로 남주얼굴을 봤어요.

어떤 표정으로 있는지 보는데

갑자기 남주가 저를 보는거예요.

눈이 마주치니 너무 놀라서 오글을 확 내렸어요.

그냥 오글을 손으로 내렸다면 좋았을텐데

눈에 붙인채로 각도만 내린거예요.

온통 다크브라운 세상. 이게뭔가? 바닥인가?

잠시 그 상태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오글을 조절?했더니 의자가 보임.

제 오글이 의자 중앙을 향해 있었던거예요.

위로 올리니 남주가 아직도 절 보고있는데

갑자기 의자에서 튀어오르듯 벌떡 일어나서

가슴을 손으로 잡고 숨을 고르고 

기가막힌듯한 표정으로 계속 서있었어요.

원래 계속 앉아있는 장면이거든요.

왜 저러지? 생각해보니

남주가 손담비 미쳤어 자세로 앉아있는데

제 오글이 의자 등받이 틈.

정확히는 남자배우 다리사이를 향해있었던거예요.

바지색이 다크브라운이라

온통 다크브라운만 보인거고요.

.......ㅜㅜ

근데 저는 그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어요.

바닥이  아니라 바지색이 다크브라운이었구나. 

그 생각뿐  바지사이를 봤단 생각은 안했어요.

볼 생각도 없었고 잘 보이지도 않고요.

배우가 갑자기 일어난것도 나 때문인게 맞는지

정확히 모르겠고.

설마 이상한 오해를 한건가.

근데 몰래 그러는것도 아니고

대놓고 오글로 거길 보는 미친ㄴ이 어딨겠어요.

설마 오해하는건 아니겠지 생각했고,

그렇게 극이 끝나고 커튼콜때 다 기립하는데

배우가 왼블로 오더니 멈춰서 뭔가를 찾는듯 제쪽을 보고

눈이 마주치고 절 뚫어져라 쳐다보고

 다시 중앙으로 가서 인사. 끝.

설마 나를 찾아서 얼굴을 자세히 본건가?

이상한 변태로 오해한건가? 설마.....

아닐거라 생각하고 두달 뒤 그 배우의 새 공연에 갔어요.

 중간에 조명이 밝아지면서 객석까지 밝아졌는데

8열에앉은 저와 오글로 또 눈이 마주침.

노래하다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돌리는게 보임.

뭐지?.....

두달전 본 내 얼굴을 기억하나?

그 뒤로 1년이 지났어요.

탄핵시위 나가느라 바쁘고 정신없고

집에 소송할 일이 생겨서 또 정신없이 지내다가

마무리가 될 무렵 기분전환으로 뮤지컬 보기로함.

마침 그 배우가 하는 작품이 있어서 보는데

2막에서 갑자기 밝아지고 객석도 보이는데

눈마주침. 이번엔 오글없이 그냥.

그 순간 인상 팍 쓰고 날 한참 노려봄.

너무 당황해 나도 놀라고.

아.....이거 뭐죠? 1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제 얼굴을 기억하는건지.

한번보면 안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그런 사람인가.

너무 노골적으로 노려보는게 느껴져서 

제 착각은 아닌것같아요.

저 변태아줌마로 찍힌거 맞죠?

변태가 아니고 얼빵해서 그런건데.ㅜㅜ

너무  놀라고 긴장해서 2막이 어떻게 지나간건지도 모르겠고 안그래도 내용이 산만한데 17만원이 날아간 느낌.

 

이제 이 배우 공연은 안보는게 맞겠죠?

제가 왜 계속  노려봄?을 당해야하는건지 모르겠고

잘못한것도 없는데 왜 긴장해야 하는지 모르겠고.ㅜㅜ

 

이 배우가 제 인생에서 엄청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원래 뮤덕이었던것도 아니니 

뮤지컬 안보거나 다른 배우로 보면 그만이지만

참 속상하네요.

연기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응원했는데

좋아하는 사람한테 혐오의 대상이 된것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성희롱, 성추행 당한적은 있어도 한적은 없는데

야한얘기 하는것도 싫어하는데

그 배우는 평생 잊을수없는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겠죠?

미친여자가 내가 자기 보는거 알면서 

오글로 대놓고 나를 시선강간했다.

이렇게 생각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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