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오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뒤, 마치 제가 손절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갈 때 비교적 준비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일정은 물론이고, 간단한 인사말, 비상약, 먹거리, 우산 등 현지에서 꼭 필요할 것들을 미리 정리해 챙깁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경우에는 가능하면 사전 예약까지 해두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첫날부터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친구는 여행 첫날부터 쇼핑을 시작했고, 전날 이미 쇼핑 계획이 있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첫날부터 물건을 사서 하루 종일 들고 다녔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미리 체크리스트에 우산을 챙겨 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현지에서 사면 되지 않느냐며 왜 굳이 챙겨 오느냐고 말하더군요.
결국 그 친구의 우산을 사느라 일정이 꽤 지체되었습니다.
공동 경비를 걷으면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각자 현금은 한꺼번에 다 쓰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트래블 월렛)로 결제할 수 있는 곳에서도 현금을 모두 사용해 버렸고,
그로 인해 결국 환전을 두 번이나 더 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속상했던 것은, 여행이 끝난 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던 점입니다.
그보다 더 마음이 상한 것은, 오히려 저에게 “자기네들도 맞추기 힘들었다”,
“여행 내내 제 눈치를 봤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제가 감수했던 불편함과 배려가 모두 부정당한 것 같아
서운함을 넘어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