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공부는 안 하는데 언변이 좋은 아이

제목 그대로 공부는 하기 싫어 하는데 말을 정말 정말 잘합니다

세 살 때부터 말이 트여서 어른들 깜짝 놀랄 정도로 어려운 말을 술술 하더니 하도 말을 잘해서 초등학교 때도 계속 영재 아니냐고 선생님들이 그러셨어요

근데 지구력이 정말 없습니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게 없어요. 체력도 약하고요. 남자아이인데 운동도 싫어하고 영어도 싫어했고 유치원도 싫어했고 그냥 좋아하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 와중에 눈이 너무너무 높습니다

웬만한 것들은 다 자기 아래로 봅니다. 실제 성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사람들에게 자기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굉장히 근사하고 미래에 대해서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요

그간의 삶을 아는 저희 부부는 그냥 그 말들이 다 공갈빵 같고 솔직히 너무 걱정됩니다. 허언증 같아서요

그런데 아이를 피상적으로 아는 조부모나 동네 어른들, 아이 친구 어머니들은 저희 애랑 10분만 얘기해도 저한테 막 감탄을 합니다. 어쩜 이렇게 가치관이 확고하고 미래에 대해서 진로가 뚜렷하냐고요

아이가 말한 그 진로들을 진짜로 하려면 정말로 독해야 하고 정말로 진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아이가 2주 이상 뭔가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책을 읽더라도 정말 어려운 책들을 끼고 사는데 그 책들을 진짜로 읽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진짜로 읽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저는 이런 부분들에 너무너무 걱정됩니다.

 

정말 말만 잘해요. 이렇게 말만 잘하는 애들은 어떻게 해야 되나요? 말이라도 잘하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요. 이것도 지능에 따라 줘야 될 것 같긴 한데 나쁜 쪽으로 풀릴까 봐 그것도 걱정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주고 싶은데 당장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눈이 이렇게 높은데 서울대 연고대도 아주 우습게 보는 아이입니다

 

실상은 내신 5등급제에서 3등급 정도 나오고요. 어릴 때 지능은 매우 높다고 했는데 그것도 수치일 뿐 뭐 하나 꾸준히 하는게 없으니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지금 이렇게 공부를 등한시하는 것도 다 엄청난 이유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요. 그 이야기를 막 하고 다니고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다 그냥 자기 밑으로 보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니고...그 이야기들이 저에게 들어오고 저는 도대체 아이 편을 들 수도 없고 아이를 무시할 수도 없고 너무너무 혼란스럽습니다. 공부를 안할 거면 여기저기 자기에 대해서 떠들고 다니지 말고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아이를 어떻게 끌어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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