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나의 이야기

오늘도 늦은 아침에 몸을 일으키며 게으른 하루를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지 한달정도 되었네요.

처음 그 이유모를 불안감과 자책감도 이제 서서히 옅어지고 점차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무사히 30년 넘는 직장생활 마칠수 있었던것. 아무것도 아닌 나와 잘 놀아주던 직장 동료들 후배들이 있었다는것..그리고 넉넉해서 마구 낭비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하고 귀여운 나의 노후자금. 

아직도 카톡으로 연락오는 나이차이 30년 가까이 나는 후배 남직원의 여친 생겼다는 소식도 별 일 없는 퇴직백수의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이런 시간들을 나는 정말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리고 원했었던가... 

그런데 막상 이 시간들이 너무 조용합니다. 너무 소소하고 너무 잔잔함으로 무장해서... 이게 과연 내가 원하던 행복이 맞았던걸까 자꾸 의심해보게 됩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나는 혼자입니다. 아들도 취업한지 얼마 안되고 서울에서 두시간거리의 회사에 다니기에 독립을 했습니다. 남편도 지방에서 소일거리 찾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키울때 진짜 너무너무 직장 그만두고 싶었더랬습니다. 이 시간이 아니면 천사같은 이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언제 볼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 당시의 내가 가장 하고싶었던 일은 햇살이 좋은 평일의 어느날(토요일, 휴일은 안됨)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에가서 필요한 물건을 쇼핑하고 시간이 남으면 근처 친구네 집이나 우리집에서 만나 티타임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운곳에 살던 엄마와 여동생을 만나 수다도 떨고 ... 그런일을 너무 하고 싶었었죠.

하지만 그당시 하루하루는 전쟁과 같았고 늘 불안함과 초초감에 시달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꼭 그렇게까지 괴로워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가기만 하는건데 왜그렇게 달달거렸는지...

내나이 사십에 엄마 아빠가 석달간격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빠는 병원입원  15일만에  엄마는 그  한달지나 암진단 받으시고 두달만에 돌아가셨어요. 

나를 둘러싸고있던  거대한 산 두개가 와르르 무너져서 없어졌어요. 허허벌판에 혼자 서서 어쩔줄 몰랐어요.

아침에 출근할때마다 질러가는 좁은 골목이 있는데 사람이 드문 그곳에서 나는 늘 엉엉 울면서 출근했어요.

그 당시의 기분은.. 영화 클리프행어의 첫 장면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산을 좋아하던 남자와 여자가 등반하다가 아마.. 긴 출렁다리가 끊어졌던가 ...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간 여자가 떨어지기 직전 남자가 손을 잡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자꾸만 손에 힘이 빠집니다. 죽을힘을 다해 살리려하지만 결국 눈앞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주인공의 무기력함. 

내가 느끼던 그 감정이었습니다. 

언제쯤 이 괴로움이 없어지나 했는데... 시간은 위대한 힘을 가집니다. 망각은 축복이었더라구요.

버티고 버텨 퇴직에 이르렀습니다만 아직도 나는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마구 마구 놀고있습니다.

여동생이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으련만 그 동생도 엄마아빠 가신지 3년후에 가버렸네요.

하지만 뭐 그런대로 이런 나른한 느낌도 좋아요. 지방 소도시에 가면 햇살이 따스한데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낮은 담장사이로 맛있는 김치찌개 냄새가 풍길때 느껴지는 나른한 편안함. 이게 나이든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행복인가봐요. 

아직까지는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운동하고 유튜브보고 그러면서 지내려구요.

뭔가 너무 해보고싶을때 시작할겁니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댓가입니다. 안해도 되는 자유.

오늘도 편안한 시간으로 나를 무장해봅니다. 불안함으로부터 나는 또 하루 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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