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한 해 동안 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2025년 한 해 동안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어요.

그동안 부자는 아니지만 비교적 순탄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일년 사이에 몰아서 일이 닥치니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둘째가 올해 고1인데 집에서 좀 떨어진 일반고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같은 중학교에서 그 고등학교에 간 아이가 없었고

같은 반에 편성된 아이들이 거친 아이들이 많았나 봐요. 

둘째는 순하고 조용한 아이라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셨지만 고민 끝에 1학기말 끝나고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9월말에는 여기에도 적었었는데 남편이 고전적인 코인 사기에 당해서

3억 5천이 넘는 빚이 생겼습니다. 저한테는 투자하는 동안 비밀로 했고

돈 벌었다고 좋아하며 고백한 날, 처음에는 저도 돈 벌게 된 줄 알고 좋아했다가

뭔가 이상해서 알아보니 사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경찰에 신고 했지만 찾을 방법은 없어요.

남편은 본인이 갖고 있는 돈도 다 털었고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대출 받아서 

그 사기에 다 투자 했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잘못 될까봐 겉으로는 괜찮다, 우리 가족이 무사하면 괜찮은 거다

돈은 집 팔아서 갚으면 된다 다독였어요.

그리고 제가 저축했던 돈, 갖고 있던 얼마 안 되는 금, 주식에 있던 돈 다 털어서

5천 만원 정도 갚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오던 소소한 기쁨들을 다 끊었습니다. 

가끔 보던 공연, 기부, 달리기, 맛있는 것 먹기 등등

집은 내놨는데 아직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퇴근 하고 주차장에 주차한 후 차에서 많이 울었어요.

집에서는 제가 무너지면 안 되니까 씩씩한 척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재수생 큰 아들. 

큰 아이는 예민하고 섬세하고 고집이 세고 우울이 있는 아이입니다. 

큰 아이는 어렸을 때 예민, 섬세, 똑똑하고 다정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우울증은 중3부터 시작 됐던 것 같아요.

사춘기가 오면서 아이 성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티내지 않고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고요.

고등 올라가서 하루는 다음날 눈을 뜨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이 데리고 병원을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이라 했어요.

1학년때 내신은 1점대 중반.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내신은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최종 내신은 2점대 초반입니다. 아이가 많이 노력한 거죠.

2학년때는 애가 약을 먹고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때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매일 아이 방문을 두드리며 깨울 때마다 혹시 아이가 잘못 되었을까봐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저는 엄마니까 무너지면 안 됐어요.

 

어찌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작년 입시에서는 아이가 원하는대로

원서를 다 써줬습니다. 모두 우주 상향. 당연히 수시, 정시 다 안 됐어요.

재수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라 했어요. 당연히 학원은 가지 않는데요.

집에서 하겠대요. 그래라 했어요. 

이번에 수시 한 곳을 1차 붙었는데 면접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수능을 잘 봤대요. 남편과 몇차례 설득했으나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고 아이에게 본인인증 번호 알려달라고 해서

제가 조회해 보니 수능 성적은 망했습니다. 

처음 보는 등급들.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어요. 55364

아이는 아직 본인 성적을 몰라요.

곧 군대 재검 받으러 가는데 가기 전까지 절대 본인에게 알려주지 말래요.

군대에 가는 걸 정말 무서워 하거든요. 

군대에 이 아이를 보내면 아이를 잃을 것 같아 저도 사실은 많이 무섭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정신과에서 병무청 제출용으로 서류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 아이들이 없어서 현역으로 판정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이 됩니다. 

현역으로 판정나면 애가 잘못된 선택을 할 것 같아서 그게 제일 무서워요.

 

그리고 아이 수능 성적을 알게 된 날 80이 넘는 시어머니가 다치셨습니다. 

골반 골절. 일단은 어머니가 사는 지역 병원에 입원했는데

제가 사는 지역으로 병원을 옮길 것 같습니다.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주말에 감당이 안 돼서 많이 아팠습니다. 몸살이 나서 끙끙 앓았는데

남편은 시어머니 때문에 시어머니 계신 병원에 가고

저는 주말 동안 집에 온 둘째 챙겼죠. 어제는 너무 출근하기 싫더라고요.

앓고 나니 입술이 다 부르트고 입병에 생겼습니다. 

더 아프지 않기 위해 오늘은 영양제를 챙겨 먹었어요.

 

이제 큰 아이 대학 문제는 좀 저와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성적이 저 모양으로 나오고 나니 어느 정도 제 마음속에서 포기가 되는 것 같아요.

한 일주일 아니 3일이라도 조용히 다른 곳에서 쉬고 오고 싶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빚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도 없군요.

전 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이 되고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래도 전 엄마니까 버티고 책임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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