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퇴직백수의 하루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스트레스와 함께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깨통증과 목디스크를 훈장처럼 받아서 퇴직했습니다. 아들도 남편도 멀리 있어서 저 혼자 집에 칩거하고 있습니다.

첫날아침에는 한대 얻어맞은 느낌으로... 이 무지막지한 시간들을 어떻게 나혼자 소비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갈곳이 없다는것이 ... 가슴 한곳이 뭔가에 쓸려내려간듯 허전하더라구요.

입사와 더불어 늘 꿈꾸던 퇴직이었는데 막상 혼자서 맞이하기엔 좀 얼떨떨 했습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오래 자는것. 물론 목디스크때문에 푹 자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새벽 6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추운날 따뜻한 이불속에 있어도 되는것이 진짜 좋은 점이죠.

그리고 싫은거 안해도 되는 삶에 가까워진거... 억지로 맞춰주지 않아도 되고 싫은 사람 안만나도 되는것이 장점이자 좋은사람 못보는건 단점이겠죠.

남이 해준 밥을 먹고 살다가 한끼한끼 챙겨먹어야하는것 그것도 영양까지 생각해서 챙기는건 참 귀찮은 일이나 그 건강을 챙길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건 또 장점입니다.

운동도 처음엔 억지로라도 밖에나가 걸었는데 요즘은 실내자전거와 어깨 운동기 가져다놓고 진짜 죽기살기로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흘러가더라구요. 

원래같으면 이렇게 시간 허비한 내가 한심해서 뭐라도 하려고 했을텐데 지금의 나는... 음...

먼 여행중에 지친 몸과 다리를 쉬어가느라 잠시 걸터앉아 멍때리면서 충전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다그치는 자신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줍니다.

지금은 쉬는시간이야.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추스리면서 조용히 생각해봐. 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가 뭘 좋아했었는지..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싶은지... 뭔가 하고 싶어진다면 그때 해도 되는거야..

내가 내자신에게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너무 쉼없이 살아온 지난날에 나도모르게 익숙해져서 쉬는 법을 잃어버린 나에게 쉬어도 된다. 쉬어도 된다.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 계속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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