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입을 꽉 다물고 있다. 그 중요한 얘기를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모습이 기이하기조차 하다. 22대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민주당 의원 이학영 얘기다. 그가 부의장이 되는 날 연합뉴스는 "시민사회 대부 평가받는 수도권 4선"이라고 되려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변혁운동 자금 마련차 재벌 집 털다 체포 이력"이란 소개도 했다. 근데 이게 무슨 소리일까?

누가 들으면 이학영이 홍길동이나 로빈 후드 같은 의적(義賊)으로 알겠다. 실제 상황은 이렇다. 1970년대 후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이라는 공산주의혁명 운동조직이 있었다. 그들은 월남의 베트콩을 꿈꿨다. 그런 이학영 등 남민전 무리는 혁명자금 마련차 재벌 집을 털기로 했다. 1979년 봄 8명이 서울 반포의 최원석 당시 동아건설 회장 집을 표적으로 정했다.

27세 이학영과 25세 차성환이 선두에 섰다. 당시 멤버인 차성환의 술회에 따르면 "나와 이학영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경비원이 제지했다.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였다. 내 과도로 경비원을 찔렀다. 현장에선 이학영만 잡혔다." 즉 이학영은 강도상해 전과자란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기겁할 일은 지난 40년 좌파 진영이 이걸 ‘의로운 행동’으로 묘사해온 점이다. 12년 전 총선 때 지금 조국혁신당의 대표 조국이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썼던 글을 오늘 공개한다. "이학영은 강도입니다. 독재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되찾아오려 했던 강도입니다… 피로 얼룩진 그의 민주화 투쟁에 대한민국은 민주화 유공자 자격을 수여했습니다."

조국의 치기와 3류 시민의식이 기도 안 찬다. 유공자란 노무현 시절 남민전 관련자들이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된 걸 말한다. 그 글은 당시 선거공보지에 실렸다.

현재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때는 조국 같은 자가 나서서 이학영을 의적으로 애써 포장을 해줘야 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가 강도상해죄가 있는 반국가사범이란 걸 말하지 않는다. 모두가 눈만 꿈뻑인다. 아무래도 이 나라가 갈 데까지 간 것일까?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려야 이런 정신적 퇴행 그리고 정치적 착란을 막을 수 있을까?

참고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의 의전 서열은 대통령 다음인 2위란다. 부의장은 그 다음일 텐데, 그런 자리에 강도상해 전과자 출신 이학영이 가당키나 할까? 22대 국회의 앞날이 정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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