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5년의 대한민국은 장발장을 다시 감옥으로 보냈다
빅토르 위고가 2025년의 한국을 목격했다면, 그는 레 미제라블의 원고를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소설 속 장발장의 구원에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지만, 현실의 장발장이 무대 위에 서는 꼴은 결코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우 조진웅의 은퇴 선언은 단순한 연예계의 스캔들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회복’과 ‘재기’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가차 없이 난도질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중 여론과 미디어는 21세기의 '자베르'가 되어 그를 추격했다. 과거의 과오를 현재의 성취와 분리하지 않고, "한 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기어이 사회적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것은 정의 구현이 아니다. 무결점의 인간만을 허용하겠다는, 집단적이고 병적인 도덕적 광기의 결벽증이다.
위고가 장발장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은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는 그 변화를 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은촛대를 훔친 장발장에게 촛대마저 내어준 미리엘 주교의 자비가 없었다면, 장발장은 영원히 괴물로 남았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조진웅에게서 촛대를 빼앗고 다시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소년범 시절의 죄가 50대가 된 배우의 현재를 집어삼키는 것을 보며, 이제 누가 감히 "과거를 딛고 일어서라"고 조언할 수 있겠는가? 조진웅의 은퇴는 그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가 '제2의 인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끔찍한 선례를 남겼다.
세계적인 명작을 읽으며 인류애를 논하는 언론인들이, 정작 현실에서는 한 인간의 과거를 들추어내어 매장하는 데 앞장선다. 이 지독한 위선을 멈춰야 한다. 과거의 늪에서 기어 나와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자에게 다시 족쇄를 채우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조진웅은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의를 실현한 것인가, 아니면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속죄의 탑을 무너뜨린 것인가. 장발장이 지금 서울 거리를 걷는다면, 우리는 그에게 빵을 건네는 대신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그의 전과를 생중계했을 것이다. 그것이 2025년 대한민국의 잔인한 민낯이다.
2025. 12 7.
김경호 변호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