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만 예뻐하던 할머니(같이 살았어요)께서 저에게 "너는 기집애가 무슨 들개새끼처럼 밖으로만 나다니냐"고 할 정도로 외국을 들락거리며 살았어요.
대학들어가자마자 배낭여행 시작해서 직장다니면서도 틈만 나면 나갔으니까요.
진짜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의 열두명씩 한방에 이층침대쓰는, 공동 욕실쓰는데 묵으면서도 싸구려 빵에 에스프레소 한잔이면 충분히 낭만적이고 너무너무 행복했었습니다.
지금은요? 경제적으로 여유있어 비지니스석 망설임없이 살 수 있고 5성급호텔만 다닐 수 있어도
그때의 그 열정은 반도 안되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없으니 망설이고 겁부터 나고 그럽니다.
야간열차타고 쪽잠자며 국경을 넘고, 새벽부터 데이트립 다니고, 하루 3만보이상 돌길을 걸어다녀도 아무렇지도 않던 때가 있었어요. 봐도 봐도 다 못보는 보물창고 뮤지엄에 의자만 보이면 앉아쉬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되던 시절이었죠.
65세부터가 노인이라는데,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이젠 하루에 일정 한두개만 무리해서 잡지도 않고, 호텔에서 조식도 여유있게 즐기고, 낮시간에 이동하고 무조건 쉬엄쉬엄...이젠 리조트 위주로 휴식을 여행을 가는 제가 되었네요.
홍콩 화재사건, 태국 홍수사태, 이집트 대박물관 드디어 개관, 대통령 순방국 아부다비랑 튀르키에...
뉴스를 보다보면
아..그때 어디에서 내가 무얼 했는지 영화 장면처럼 다 떠오릅니다.
모든게 추억으로 남아, 세월이 지나도 생생하고 너무나 선명하게 기쁨의 행복으로 가슴을 채웁니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쓴만큼이 내 재산이라더니
제게는 여행으로 만든 추억과 기억들이 재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