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여덟마리 - 곽재구
해 지는데
아랫장 생선 파는 할머니
장어 여덟마리 만원에 가져가라 하네
지갑에 만원 한장
망설이다 그냥 가네
기차역 앞
꽃 파는 아가씨
꽃 한묶음 살까
망설이다 돌아오는데
장어 할머니 나를 보고
오천원에 가져가라 하네
어쩌라는 말인가
만원을 내니
오천원 거슬러주네
할머니 손에 오천원 돌려주네
복 받으소
목소리 귀에 걸리는데
그날 밤 꿈에
시 여덟편을 써서
생선 다라이에 놓고
쪼그리고 앉아 팔고 있었네
미친놈
지랄하네
상말 실컷 얻어듣고
울며 돌아오는 길
별 초롱초롱 빛나고
은하수는 따뜻한데
그 시 팔았나요?
안 팔았으면 나를 줘요
역 앞에서
꽃을 팔던 아가씨
하루 종일 꽃 판 돈
만원 주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