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10년 넘게 절임배추 예약이 시작되면
시댁에 김장하러 갈 생각에 진저리를 쳐요.
김장이 무서운 이유는 제가 바닥에 못 앉아서예요.
양반다리는 시도조차 못 하고 다리 쭉 뻗고 앉거나
최대한 편하게 앉아도 30초를 못 버텨요.
어렸을때도 못 했는데 50 중반 되고 나니
허리디스크에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바닥에 앉는건 시도조차 못 해요.
바닥 생활을 안 하고 자라서 저희 남매 모두 똑같아요.
남동생은 군대가서 내무반 생활 할 때
양반다리 못 한다고 맞기도 엄청 맞았다고 ㅜㅜ
시어머님이 제 사정을 아셔서 최대한 바닥에 앉아서
김치 속 넣는건 안 시키시고
김치통 씻고 양념 만들고 절임배추 물 빼는거 위주로
시키시는데 김장이라는게 이런 모든 준비가 끝나면
다같이 김장매트 펴고 앉아 속을 넣는 단계가 오쟎아요.
도와주러 오신 7~80대 어머님 친구분들과 이모님들
전부 일 하시는데 혼자 쳐다보고 서 있을 수도 없어서
무릎 꿇고 속 넣다보면 한 포기도 넣기 전에
정말 악소리 나게 아파서 엉금엉금 기어다녀요 ㅠㅠ
과장 없이 고문 당하면 설마 이것보다 아플까 싶어요.
이 지경이니 어머님이 내색 안 하시고 싫은 소리는
안 하셔도 다른 분들께 민망해하시며
아이고 우리 며느리가 어째 저런데 하시고
시어머니 친구분은 " 이 집 며느리는 걷지를 못 해서
어째 일을 시키누 ㅉㅉ" 하시는데
시어머님 젤 절친분이어서 신경 쓰이더라구요.
여기 무릎에 철심 안 받은 사람 없다.
디스크 수술 안 한 사람 없다.
여기 파스로 도배하고 온 거 안 보이냐.
다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시니 정말 가시방석예요.
근데 시댁 김치 제 입에 너무 안 맞아서
해마다 8kg 들어가는 김치통 2개 억지로 가져와서
다 못 먹고 시판 김치 사먹는데다
어머님도 김장 할 수 있는 건강이 아니어서
해마다 김치 다 사서 보내드릴테니
제발 김장 좀 그만 하시라고 자식들 모두 성화인데
김치부심 장난 아닌 분이라 절대 포기 안 하시고
올해도 절임배추 7박스 주문하셨다고 전화 왔어요.
저 정말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남편이 자기만 가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렸다가
된통 싫은 소리 들었는지 제 눈치만 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