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ADHD 12살 여아.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고 지치네요

저는 원래 평범보다 조금 너그러운 편의 엄마예요. 공부나 생활을 너무 타이트하게 몰아붙이고 싶지 않아 성격도 둥글고 무던한 편이죠. 그래서 기준이 남들보다 살짝 낮고 허용적인 편입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ADHD 진단을 받고부터 등교와 약 복용 문제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출근한 뒤에도 아이는 자고, 학교에서는 등교하지 않았다고 연락이 옵니다. 저는 직장에서 수십 통의 전화를 걸며 속이 타들어가고, 어쩌지도 못한 채 울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 노력했어요. 전날 핸드폰을 완충해두고, 벨소리를 최대로 맞춰 확인하고, 아침마다 전화로 깨워 약을 먹이고 인증샷을 받습니다. 약과 냉수를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 번에 되는 날은 드물어요. 세 번쯤 전화해야 학교에 가죠. 전화소리를 못 듣는 일이 생기지 않게 집전화까지 설치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확인하고 깨우다 보니 겨우 약은 먹고 등교는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학원을 자주 빠집니다. 피곤해서, 배가 아파서, 숙제를 안 해서, 늦어서 등 매번 이유가 다릅니다.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아 이제는 아이 말을 믿기 어렵습니다. 아프다고 해서 병원 가자 하면 또 안 간다며 말을 바꾸죠. ADHD 증상 중 하나가 거짓말일까요? 믿어주고 싶지만 반복된 거짓말로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믿지 않으면 “엄마는 날 의심해”라며 저를 원망하고요. 하지만 그건 원망이라기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서 화내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이 내려놓고 또 내려놓았어요. 하지만 이대로 포기해도 되나, 아이가 이렇게 자라면 엉망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ADHD 아이는 같은 걸 백 번 가르쳐도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평범한 아이가 두세 번이면 되는 일을, 이 아이는 수십 번 반복해도 잘 안 되죠. 그래서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반항심도 커졌고, 제가 지적하면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에게 맞은 적이 있어요. 너무 절망스러워서 병원에서 울었더니, 의사는 “아이 탓이 아니라 ADHD 특성”이라며 “학교와 약만 꼭 챙기고 나머지는 내려놓으라”고 하더군요.

 

정말 바닥까지 기준을 낮췄는데도 아이는 그조차 따라오지 못합니다. 이렇게 계속 포기해도 될까요? 기본적인 임무수행조차 어려워서, 이렇게 자라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충동성이 강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다 보니 말과 행동이 공격적일 때도 많아요. 늘 당장 재밌고 자극적인 것만 좇습니다.

 

ADHD 아이도 성인이 되어 자기 몫을 하며 사는 경우가 있을까요?

저는 그저 아이가 평범하게 사회에 적응하고,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으니, 스스로 밥벌이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퇴근 후 또 한바탕 난리가 나서 주말 시작부터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

정말 너무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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