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서 기억이 흐리네요.
중2인가 중3 때 냄새나는 친구가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그 친구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같은 옷을 오래 입었고, 특유의 냄새가 심하게 났어요.
그 짝은 부잣집 딸, 저와 제 짝도 중산층...
그 친구 자리 가까운 자리에 하필 다 살 만하고
성적도 평균 이상인 아이들이 앉았는데...
우리끼리는 냄새 이야기를 수시로 했어요.
저 빼고는 다 착한 아이들이었지만
냄새는 견디기 어려웠거든요.
제가 냄새에 너무나 예민해서
아마도 제 주도로 제 짝과 '냄새 나니 좀 씻어라'
이런 메모를 적어 그 친구 필통에 넣어 뒀어요.
그 아이 짝은 전교 1등쯤 하던 아이인데
만류하지도 않고 개입하지도 않았어요.
그 친구가 필통 여는 것을 본 것 같긴 한데
그다음은 기억이 없어요.
친구들하고도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고.
지금도 냄새에 미치도록 예민한데...
한 번씩 그 친구 기억이 나면서 죄책감이 들어요.
그 친구를 수소문해볼까 싶지만
제 친구들은 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 친구는 여상을 가서 접점도 없어요.
오늘 그 친구가 진학한 학교를(이조차 이제는 불확실) 찾아보니
학교 이름도 바뀌었네요.
사연을 말하면 졸업앨범이라도 뒤져봐줄까,
그렇다한들 전화번호가 맞지도 않을 것 같고...
오만방자 기고만장하던 시절의 한 사건이
인생의 후회로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