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때 밥을 먹는데 시아버님께서 잘 안들려서 보청기를 해야 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 시어머님께서 크고 작은일은 항상 작은 아들(저희 남편)한테 전화하셔서 의논하시기 때문에 이번에도 저희가 알아봐 드리기로 했죠. 참고로 큰아들인 아주버님은 오십인데 무능력자라 결혼 못했고 독립도 못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요.
마침 전에 82쿡 자게에서 코스트코 보청기가 괜찮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서, 제가 코스트코 보청기센터에서 하는건 어떨지 제안했고 결국 저희 집 근처에 있는 코스트코에 오셔서 보청기를 맞춰드렸습니다.
보청기라는게 피팅도 중요하다고 들었고, 사용하면서 자잘한 AS등의 이유로 보청기 센터를 방문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가급적 시부모님댁 근처에 있는 코스트코에서 했으면 했는데, 굳이 남편은 시부모님을 이쪽으로 오시라고 했고, 저희집이나 시댁도 코스트코 멤버쉽이 없어서 저희가 이번참에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보청기 맞추러 가기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보청기 하신다는데 자식인 저희가 모른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제가 남편한테 아주버님이랑 반반씩 부담해서 해드리는건 어떻냐고 제안했습니다. 남편은 알겠다고 했고 평소 형과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라 어머님한테 본인이 따로 얘기해 두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날짜를 잡아서 보청기를 맞추러 오셨고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는데 안나갈 수 없어서 저도 같이 따라 나섰어요. 한시간정도 걸려 보청기 맞추고 점심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는데 두분께서 그냥 주변 얘기만 하십니다. 제 상식으로는 아무리 자식이지만, 갑자기 큰 돈 써서 미안하고 고맙다 던지, 뭔가 언급이 있으셔야 할 것 같은데 역까지 모셔다 드리는 차 안에서도, "쉬는 날인데 쉬지도 못하고 나와줘서 고맙네~" 이 말씀이 끝이시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 결국 집에 돌아와 남편한테 물었습니다.
일부러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어요.
제딴에는 돌려서 얘기를 꺼냈는데,
"혹시.. 아버님 보청기 말야.. 우리가 다 해드렸어야 했는데 반만 부담을 해서 언짢으신건 아니지?"
"아니야. 무슨 소리야."
"근데 왜 어머님 아버님은 시간 내서 나와줘서 고맙다, 이 말씀뿐이시지? 내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되네.."
그랬더니 남편이 조금씩 흥분을 하면서 목소리가 커집니다.
"지금 공치사 못받았다고 그러는거야? 알았어. 내가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왜 고맙다는 얘기 안했냐고 할테니 기다려. 아주 그 돈 쓰니까 아까워 죽겠나 보지???"
이 얘기를 듣는데 제가 진짜 돌아버리는줄 알았어요. 서로 언성 높인채 말다툼했는데 남편의 마지막 두 문장에 너무 열이 받아 지금까지도 삭혀지지가 않네요...
부모 자식간에 굳이 입밖으로 꺼내서 고맙다 어쩐다, 이런걸 기대하는 제가 어리석은 걸까요, 아니면 시댁이나 남편이나 문제가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