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시고 정말 건강하셨어요.
산도 다니시고 공원도 가고 음식도 골고루 드시고. 건강관리 꾸준히 하셨어요. 간헐적 단식(건강에 좋다하여)을 하며 오전 10시-11시에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건강검진 이상없었고 위내시경 장내시경 다 깨끗했어요.
올해 5월 어느날 아빠와 외식하고나서 확 체하고 난 다음부터 먹으면 토하고 소화 안되고 이러면서(소화제 유산균 이런거 처방)두달 동안 5킬로가 빠지셨어요. 7월에 건강검진 받았는데 깨끗하다고 다 이상없다는데 엄만 먹으면 아팠대요. 하도 안먹으니 아빠는 정신적인 문제인거 같다고, 먹으면 아플까봐 안먹는거 같다 하셨어요. 저 역시 엄마한테 먹어야 산다고. 굶어죽을꺼냐고 단호박죽 묽은죽 끓여가서 내 앞에서 마시라고. 애 고3인데 엄마 이렇게 아프면 되겠냐고 나 힘들다고, 안먹어서 아프고 힘없는거니 먹으면 기운난다고 했어요.
그리고 9월 초, 지방 갈 일이 있으셨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인걸 그 지방 사는 이모가 보고 친척 계시는 병원으로 데려가서 링거를 맞췄고. 거기서 몸무게 재보니 원래 50에서 7월 45였는데 입원 당일 41kg. 링거 맞으며 안먹어도 되니 살거 같다고, 여기서 몇주가 되건 요양하면서 체력회복하고 나오고 싶다하셨어요.
근데 그 다음날 병원 입원하면서 검사한 결과와 7월달 건강검진 한 결과 분석한 의사선생님이 큰 병원 가봐야할거 같다고 췌장쪽 문제가 있어보인다 했어요.
그리고 메이저병원 바로 가서 검사 쫙 다 하고 9월 중순 췌장암 4기 판정 받았어요. 아마 먹기 힘들었을거라고 꽉꽉 막혔고 부었고. 뭘 많이 먹으면 내려가질 못하니 역류해서 토했을거라고. 지금 당장 집 근처 병원가서 링겔부터 계속 맞으라고. 췌장머리부분이라 수술 불가. 십이지장 복막 등 전이 보이고. 엄마는 내가 이래서 그렇게 아팠구나 받아들이시며 바로 항암안한다 하셨어요.
그렇게 선고 받고 한달이 채 안지났거든요. 엄마가 점점 힘이 없어져요. 황달이 왔고 한주한주 나빠지다가 하루하루 나빠지는거 같아요.
어제는 병원에 가서 달력에 11월13일 동그라미 쳐놓고 00이 수능날이라고 체크했어요. 엄마가 나 대학수능칠 때 실수하지 마라 실수하지 마라 빌고, 동생수능 칠 때는 찍는거 마다 맞아라 하고 빌었다며. 00이도 빌어줘야지 했어요.
지금 바라는건 담도 스텐트 수술이 됐으면 좋겠어요. 추석 연휴때문에 미뤄져서 다음주에 정밀검사 받으러 전원 가거든요. 이 완화 시술을 되야 엄마가 편해지실 수 있다는데 그게 됐으면 좋겠어요. 시한부 받은 수명이 늘진 않지만 좀 편해진다해요. 시술이 될 수 있는 뱃속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좀전에 통화할때 엄마가 00이는 이제까지 열심히 해왔으니 긴장하지 말고 1번 답은 1번칸에 2번 답은 2번 칸에만 제댜로 쓰기만 하면 돼. 라고 미리 말씀하시길래 그냥 죽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