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여년전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과외를 오랫동안 하였습니다.
제가 학생들의 성향과 특성을 파악하여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학생 어머니들과의 상담과 소통도 꾸준히 하였습니다.
어머님들에게 집에서 학생들의 영어수업을 효과적으로 시키는 방법도 알려드리고 학생들의 심리상담도 곁들여서 지도한 결과 제 학생들의 입시성적은 놀랄만큼 뛰어나서 그야말로 대기자가 항상 기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학생의 한 어머니께서 제가 제공하는 영어듣기 교재가 좋다고(그당시 저는 시중의 교재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편집해서 학생 레벨과 관심분야에 맞춰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한꺼번해 다 해주실것을 부탁하셨습니다.
저는 학생과 특히 어머님의 열성에 감동받아 거의 한달에 걸쳐서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듣기 교재를 일일이 편집하여 테이프에 녹음하여 드렸습니다.
교재도 제가 다 복사해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테이프와 교재를 받아가시고는 바로 다음 수업부터 이 학생이 제수업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달쯤 기다리다가 다른 분에게 물어보니 한달전에 미국으로 이사(?)가셨다고 했습니다.
제게 영어교재와 테이프를 받고 얼마후에 바로 가신거지요.
저는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고 오랫동안 그분을 생각하면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그후 그분은 아이가 대학 졸업후 직장 결혼을 이루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제가 있는 모임에 합류하셨습니다.
저는 더이상 과외를 하지는 않고 어머니들과 모임만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께 그때의 서운했던 얘기를 할까 하다가 별로 기분좋은 얘기도 아니고 오래전 일이라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8월초에 저희 아들이 결혼을 하였고 그분이 포함된 모임 회원들이 모두 축의금을 보내시고 절반 정도는 참석을 해주셨습니다(모임 인원이 10명인데 경조사를 챙기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입니다)
그런데 그분만 축의금을 보내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감사의 뜻으로 강남에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점심식사를 대접하였습니다.
점심모임에는 10분중에서 8분이 참석하셨고 유일하게 축의금을 내지 않은 그분은 참석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들 스테이크 정식을 먹었는데(8만원정도)
이분이 음식이 맛있다면서 피자 한판을 더 시켜서 다 드시고 남은건 싸갖고 가셨습니다.
다른분들이 음식도 충분하고 그러면 제게 부담을 많이 주게된다고 다 말렸는데도 본인은 꼭 이집 피자를 맛보고싶다고 직접 주문하셨습니다.
다른분들은 이분이 유일하게 축의금을 내지 않는 분이란걸 모릅니다.
결혼식에도 오지않고 축의금도 내지 않았으면 제가 답례로 접대하는 식사모임에는 오지 않아야되는게 아닌가요
이분의 행동을 보니 20년전의 그 무려함이 같이 떠올라 두달이 다되도록 불쾌한데 그냥 넘어가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