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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후 저는 제 시험을 봤고요
그 사이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또 그만큼 흐지부지되었죠.
그리고 시험 보자마자 제대로 못한 주부 역할 엄마 역할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결코 내가 망각하지 않도록 뉴스에서는 계속 강남 아파트 이야기를 해주는 거예요.
결국 남편하고 진지하게 이야길 했어요.
애들 데리고 평생 살 곳을 정착하고 싶은데 여기는 아닌 거 같고 강남 8 학군 가고 싶다.
내가 이 시험을 붙을 지 떨어질지는 확신을 못 하겠지만 합격하면 더욱 8학군이 좋을것 같고 (알아서들 학교 학원 다녀야 가니)
등등.
그런데 남편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럼 전세가면 되잖아 이러는 거예요. 그때만 해도 전세가 엄청 쌌거든요. 전세 대출이 없던 시절이라 그러니까 맘만 먹으면 누구든지 전세로 강남 팔 학군에서 애들 학교 보낼 수가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전세 살이가 싫더라구요. 지금처럼 4년 살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요.
무엇보다도 내가 어릴 적부터 자라왔을 때 느꼈던 거주의 안정감을 애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비록 그 집이 가장 허름하고 보잘것없는 집이라도요.
남편하고도 많이 싸웠고요. 결정적으로 시부모님이 엄청 반대를 하셨어요. 한마디로 서울 토종인 우리들도 강남 필요하면 전세 가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니가 뭘 알아서 강남강남 거리냐고요.
그러니까 저는 세 사람을 설득해야 됐던 거죠 그렇다고 시부모님이 돈을 보태주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게 제자리 걸음을 하는 중 강남집값은 계속해서 올라갔어요.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친한 친척형이랑 술을 마시고 왔거든요 그러더니 그날 밤 강남집을 살자고 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친척형이 강남에서 학원 원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 형이 강남 집은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계속 오를 거야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쫌 먼 친척이긴 한데 남편이 그 형을 그 전에도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근데 사는 게 서로 바빠서 못 만나다가 그날 작정하고 만난 거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엄청 많이 하면서 강남 집 이야기가 나온 거죠.
그렇게 저희는 강남집을 사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강남집은 너무너무 많이 오른 거예요.
도저히 우리가 살 수가 없는 가격인 거죠.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가서라도 한 번 보고는 싶더라구요.
그래서 큰 애가 늦게 하교하는 날 작은애 어린이집 안 보내고 유모차에 태워서 지하철을 타고 은마 아파트를 갔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내렸어요. 저는 참고로 진짜 길치거든요. 엄청난 타고난 길치에요.
그리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첫 느낌이 어땠냐면 지금 당장 여기서 살라고 해도 살 것 같아요.
수목이 푸르르고 내가 살던 노도강도 분명 좋은 곳이 맞는데 여기는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그 어떤 곳보다 포근하달까 안정감이 있달까.
곧장 남편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그대로 이야기를 했어요. ''나 지금 여기 당장 애들이랑 오늘 부터 여기서 살라고 해도 살 거 같애. 그런 느낌이 들어''
그리고 옆에 지하상가가 있겠네 들어가봤어요. 아침도 대충 먹고 그래서 배가 고프길래 백반 하나 시켜서 먹었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고 아주머니도 친절하신 거예요.
아 여기 은마아파트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고 밥을 먹고 나와서 단지를 돌기 시작. 근데 뭐가 좀 이상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