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50대 재혼

50대 초반에 재혼해서 잘 살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3년전에 이혼하고 아이는 대학생이고 기숙사에 있어요.

남편은 누적된 잘못도 많았고(외도, 리스, 시집 독박봉양,

언어폭력...) 무엇보다 단 한번도 사과를 하거나 미안해한

적도 없어서 시부모 다 돌아가시고(시부모 생전에 이혼하

자고 계속 얘기했는데 자기 이혼해서 시어머니 충격받아

쓰러지기라도 하면 제가 살인자라고...말같지 않은 말인데 그걸 빌미로 괴롭히고도 남을 인간이라) 아이 대학 간 후

재산 분할도 남편 쪽 유리하게 해서 겨우 이혼했어요.

 

직장은 몇 년 더 다닐 수 있고 퇴직 후에도 연금이랑 친정에서 받은 유산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먹고 살 정도는 되니까 지금 상태가 참 좋아요. 평화롭고 안정적인 느낌이에요.

 

근데 얼마전 당황스럽게 청혼을 받았어요. 대학 동창이고 일 때문에 공식적으로 가끔 만나야하는데 일 끝나면 식사 몇 번 한 적은 있어요. 직업은 저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연금도 나올 거고 경제적으로도 저보다 부유한데 이유를 모르겠어서 일단 당황스럽다고 했어요. 사별한지 십년 넘었고 애들은 그 쪽도 대학생들인데 자취하는 걸로 알아요. 자기는 계속 신호를 보냈다는데 제가 아무리 둔해도 그 정도는 아닐텐데 저는 정말 그런 기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여에스더씨가 어떤 일에도 즐거움을 못느끼는 상태라고 들었는데 저도 거의 비슷하거든요. 전남편과 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인자를 최대한 죽여야 슬프거나 외롭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살다보니 이제 해야할 의무 외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살고 싶은 상태로 살고 있어요. 자살 생각도 한 적 있는데 아이에게 평생 갈 고통을 주고 싶진 않아서 그 생각은 정말 누르고 있고요. 남들은 아무도 몰라요. 다들 제가 쿨하고 즐겁게 사는 줄 알죠.

 

그냥 해본 말인 줄 알았는데 계속 설득을 하네요. 노년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내자고요. 동년배 중에선 외모 관리도 잘했고 인기도 있을 것 같은데 남자로 느낀 적은 없어요. 사실 남자로 누군가를 의식한지도 이십대 이후에는 없는 것 같아요. 일 때문에 계속 봐야 하는데 참 난감하네요. 

 

결혼 자체도 내 인생 최대 실수라 생각하고 남자에 대한 환상 1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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