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유명인의 우울증, 개인적인 단상

여에스더 의사의 우울증에 대한 댓글을 보면서

우울증을 잘 아는 분도 있고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분도 많다는 것을 보았어요. 

흔히 '우울증',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요. 

우울증이라는 표현보다는  무기력증이 훨씬 실체에 더 가깝고

마음의 감기라기보다는 마음의 암에 비교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우울증은 살아 있으나 죽은 상태나 다름없고

그 상태로 가면 끝은 결국은 죽음이기 때문이지요. 

말기암과 우울증을 동시에 앓은 분이 있는데 우울증이 더 힘들었다고 했어요.

 

육신의 질병은 그래도 눈에 보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동정은 받지요.

우울증은 겉보기에 멀쩡할 뿐 아니라 어떤 경우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라서 

저 사람이 배가 불렀다, 육체노동하면 우울증 걸릴 틈도 없다는 말을 들어요.

먹고 살기 바쁘면 우울증도 사치다라는 말을 하지요. 

그런데 제 주위에는 너무나 가난한 사람들 중에 우울증 걸린 이들 많아요.

그들이 일을 안 했냐고요? 아니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밝아 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세상을 갑자기 등지는 이들도 있고 

약을 먹어가며 버티다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그런 이들도 많아요. 

정신적인 영역은 현대의학도 밝혀내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요. 

 

우울증의 가장 정확한 표현은 여에스더 씨의 남편에 따르면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는 표현이 맞는데요. 

이 말로 인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같아요.

그녀처럼 다 가진 사람이 배 부른 소리한다는 것이죠.

또 그녀처럼 왕성하게 사업하는 이가 어떻게 우울증에 걸리냐 하는데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오래 전에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누구보다 명랑하고 활발했던 이가 어느 날 자살했다는 소식 때문에 놀라죠. 

우울증 걸린 이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었을 거에요.

우울증 걸린 이들이 예술과 문학 쪽에 많을 뿐 아니라 목회자, 정치인도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 빈센트 반 고흐, 명 설교가 스펄전, 처칠...

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싸우며 일에 몰두한 결과예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삶에 대해 상상해 보셨나요?

감옥에 갇힌 무기수들이 잠깐 보이는 푸른 하늘로 기뻐하고 

날아온 새한테 빵부스러기를 던져 주면서 그것으로 위로하고 하루를 살죠.

대화가 통하지 않은 어린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은 

힘든 와중에 아이가 웃는 모습, 아이가 주는 기쁨으로 고단함을 이겨내죠.

고된 노동하는 이들도 그들의 즐거움이 있죠. 

월말이면 돌아올 월급, 보너스, 지친 그들을 기다려 주는 가족

사람들은 기쁨과 즐거움이 없으면 무슨 일을 시작하기가 어려워요.

소소한 기쁨, 소확행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더라고요.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여행에서 그 힘을 얻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이고 낯선 곳에 가는 것이고

어려운 이들, 동물들 위해 봉사활동하는 사람들은 

그 행위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사교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것

명품을 사들이고 과소비를 하는 것도 그 행위를 통해

기쁨이 충족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구요.

돈을 모으고 일에 몰두하고 음악을 하고 글을 쓰고 스포츠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행위들이죠. 

인정과 명예욕, 권력욕도 마찬가지고 (SNS 중독도 그런 부류)

더 강한 자극을 바라는 사람들은 선을 넘어 도박, 유흥, 성, 약물로 자극을 추구하죠. 

그 행위들은 지루하고 긴 인생의 많은 나날들을 버티고 살아가게 합니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들은 기쁨을 느끼지 못해요. 

그러니 무슨 일을 할 동력이 없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해서 기쁨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움직일 수 있는데

그들은 무엇을 해도 기쁨을 느끼지 못해요. 우울증 걸린 사람들은 그런 말하죠

뭘 해도 즐겁지가 않고 뭘해도 기쁘지가 않다고. 

정신과에서는 세로토닌, 혹은 도파민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겼다고 표현하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요. 왜냐면 그날 하루를 어떻게 사나 

그 생각이 산더미같이 무겁거든요. 보통사람이라면 쉽게 할 일들이

그들에게는 산을 옮기는 것 같이 힘들어요. 

어떤 이는 5층 오피스텔에 살고 지하에 피트니스 센터가 있었는데

그것도 못갔다고 하죠 . 어떤 이는 은행가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굶어요. 

 

그럼 노력을 해야 하지 않냐고 하죠. 운동을 하라, 움직이라고.

운동을 할 정도면 아주 중증은 아니예요. 그나마 다행인데

중증인 경우는 운동을 할만한 에너지조차 없어요. 

약이 듣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 어떤 약도 안 듣는 우울증이 있어요. 

의지가 박약해서 그런 게 아니예요.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예요. 

 

제가 이런 글 쓰는 것도 사실은 다 알고 쓴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사람들이 다 다르고 우울증의 발병 원인도 다 다르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우울증으로 인해 배운 것이 있다면 작은 일에 감사하고 조그만 일에도 기뻐하는 거였어요.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구절이 명령형이라는게 의미심장하게 와 닿더라고요. 의지적으로라도 찾고 감사하는 것. 우울할 것 투성이인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배웁니다. 또 다른 하나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거였는데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행위가 사람을 훨씬 행복하게 합니다. 손해보지 말고 이기적으로 살아라는 시대와는 정반대인 말이지만 역설적으로 오늘날 정신질환이 늘어가는 이유는 타인보다 나에게 더욱 천착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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