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대로 호구당한 이야기

직장에서

외벌이 가장인 옆자리 선배가 치매가 시작되었는데,  차마 부서장에게 보고하지도 못 하고

8개월 가까이 인간적으로 많이 도와드렸어요.  처리 못 하는 일 대신 다 처리해주고 그 극심하게 힘듦은 사실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그렇다고 이 병의 특성상 본인은 평화롭고 태평하지만 주변 사람만 극도로 힘들듯이,

저만 힘들었고 그 선배는 조금도 저에게 고맙거나 미안한 기색 조차 사실 없었습니다.

제가 마음이 모질지를 못 해 그래도 차마... 그 힘듦을 고스란히 감수했는데

 

저도 극도로 건강이 안 좋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연민에 내치지 못 하고 다 도와주었는데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이 정말 저를 학을 떼게 만드네요

 

다른 사람의 몫까지 제가 일을 하다보니 피로가 극심해 잠시 나와서 쉬고 있는데,

정확히 7분 지나니까(쉴 때 타이머를 제고 쉽니다. 늘어질까봐) 저에게 전화를 해서 일 많으니까 빨리 들어오라고...

 

그리고 오늘 오전에 도저히 어지럼증이 심하게 와서 휴게실 올라가서 한 시간만 쉬고 오겠다고 하고 쉬었다 왔습니다. 그랬더니 그 선배가 오후 점심시간 지나고도 한 시간 동안 소리도 없이 자리이탈하더니 한 시간 후에 들어오더라구요. 손에 버젓이 핸드폰 들고 시계를 안 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근무 중에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는 옆 사람에게 말을 하고 비우는 것이 기본이거늘, 도대체 연락도 없이 왜 안 들어오는건지 주변에 물어보았더니, 나도 오후에 아플 예정이라고 하고 나갔다고 하더라구요..

 

여기서 정말 인간적으로 학을 떨게 되더라구요.

 

내가 그동안 호구였구나..

직장이란 곳은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라, 만약 제가 그런 상태라면 이 선배가 나를 위해 그 오랜 시간 뒤치닥거리를 할 리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인데,, 나는 도대체 뭐를 한 것이고 이렇게 건강이 더 악화된 것일까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