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곡에 거주하고 있고, 부모님은 부천에 거주중이에요. 부모님 집은 부천에서는 꽤 살기 좋은데 계신데 좋다는 이유가 주변에 산으로 둘러쌓이고 트랙이 잘 갖춰진 물길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어서 담배피러 나갔다가도 자연스레 운동하고 올 수 있는 곳이에요. 엄마의 취미 텃밭도 집에서 오분정도 차타고 가면 있어요. 이 동네에서 오래 사셨으니까 정도 많이 들었겠죠.
그런데 이곳은 요리좋아해서 시장가기를 좋아하는 엄마가 장보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해요. 물론 집앞에 마트가 있지만, 또 어르신들은 마트만으로는 안되는 장보기가 필요할때가 많잖아요. 그리고 병원가려면 무조건 차타고 가야하고요.
근데 엄마가 68 아빠가 74에요. 운전을 이제 그만하실때도 됐다고 봐요. 실제로 사고날 뻔 한적도 있고요.
그래서 도보로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부모님집 이사를 도와드렸어요.
저희집에서 걸어서 30분, 마을버스로 오분 걸리는 곳인데
우장산역 바로 앞에 있는 신축 아파트에요.
바로 앞에 송화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여기가 재료가 신선하고 저렴해요. 맛있는 반찬도 많고요. 엄마 데리고 갔더니 눈이 휘둥그레 하더라구요.
단지내상가에 개인병원은 종류별로 있고 버스타고 두정거장이면 3차병원(이대서울병원)이 있어요.
저희엄마는 요리를 좋아해서 장독대에 장도 있고 화초도 엄청 키우다 보니 베란다가 꼭 있어야해요. 그것도 좁은데 말고 광폭으로요. 그런데 요즘신축은 베란다 없잖아요.
엄마는 베란다 있는 신축을 살고 싶대요.
이런 엄마의 니즈를 찾는게 쉽지 않았는데, 여기아파트는 지은지 십년되어 베란다 있는 세대가 좀 있더라고요.
그리고 단지내 커뮤니티, 스포츠시설같은게 좋아요. 대형단지라서 단지만 걸어도 운동이 되겠지만 가끔 헬스를 하거나 개인피티를 하기도 좋은거죠. 운동하고 나오면 커뮤니티 안에 커피를 파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수다떨기 좋아하는 엄마다 생활하기 좋은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그래서 커뮤니티 바로 앞동에 베란다가 있는 곳으로 계약했어요.
집앞에 전철타면 광화문 김포공항, 여의도더현대, 김포공항 롯데백화점 같은데 놀러 가기도 좋고요.
문제는 엄마가 죽기 전에 대형평수에 살아보고 싶대요.두분다 지병이 있으셔서 제 생각에도 십년 살다가 가시면 그래도 잘 사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 대형에 살아보게 해드리고 싶더라고요.
아빠가 회사를 매각해서 돈이 좀 생겼는데, 평소 부동산 투자에 부정적인 아빠는 늘 실거주한채만, 그것도 저렴한 곳에 사셨어요. 제가 목동 재건축하는 단지나 강남 얘기를 하면, 왜 인생을 그렇게 사냐며 핀잔을 주셨죠. 수십억을 강남집 한채에 몰빵하고 삶은 쪼들리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왜하냐고 평소에도 늘 말씀하세요.
그래서 아빠한테, 투자로 보면 대형은 안하는 게 나을 것 같지만, 이곳으로 오시면 두분 살기에 좋을 것 같으니 이사 오시라고 적극적으로 권했거든요. 아빤 나이들면 집을 줄이는 판국에 왜 늘리라고 하느냐며 영 안 땡겨하셨지만, 결국은 제가 많이 권해서 계약하게 된거에요.
저는 부모님 노후를 생각해서 좀 적극적으로 개입을 했는데, 이런 저를 두고 남편도, 여동생도 "글쎄" 하는 분위기에요. 아빠가 마지못해 저를 믿고 계약을 하긴 했지만, "제가 열심이니까 그냥 해준거다." 하는 거죠
좋은 일해보려고 고생했는데, 이런 얘기 들으니까, 그냥 있을 걸 그랬나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