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퇴직 5년차예요.
귀하신 장남 귀하신 몸이라? 라면하나 삶을 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해서 신혼에 맞벌이하며 서운한 적 많았어요. 나이 먹고 주말부부도 좀 하고 저는 방학이 있는 일이지만 남편은 일이 너무 많은 업종이라 숟가락이라도 놔주면 고맙다하고 살았지요.
이제 애들도 큰아이 독립하고
작은 아이도 곧 독립이예요.
남편은 일이 줄어 이제 집에 매일 5시 30분이면 도착이예요.
내 배가 안고프고 난 밥 생각이 없고 심지어 상대는 자기 밥을 뭘 먹을지 언제 먹을지도 생각이 없는데
그 뱃속사정을 고려해 매번 밥수발을 하는게 참 피곤하네요.
컨디션 좋을 때야 저도 먹고 싶은게 있고
또 의욕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물론 제가 힘들다면 사먹자고도 하고 외식도 하는데. 어쨌거나 저도 누가 앉아만 있어도 배 고픈지 안고픈지 뭐 먹고 싶은지 물어가며 좀 챙겨주면 좋겠네요.
제가 이런 푸념을 하는 이유가
사실 이번 주중에 동호회 모임에서 한 사람이 6개월간 해외에 나가요. 제가 남편보다 더 잘아는 사이고 저희집앞 1인당 7만원 뷔페에서 해요. 제가 좀 고민했거든요.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번주 뜻하지 않게 부조할 일이 생겨 뷔페까지 가면 몇십만원이 가계부에서 펑크가 나는 상황이거든요.
남편에게 아무래도 가지 말아야겠어 했더니 뭘 그런걸로 그렇게 고민하고 왜 자꾸 자기 한테 의논을 하냐고.
순간 생각해보니 내가 왜 갈팡 질팡 했나보니
내가 남편 저녁밥까지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내가 가면 너도 거기서 밥을 먹는거고 아니면 집에서 먹어야하니 남편에게 얘기한거더군요.
제가 기분이 나빠서 내가 거기 가면 당신은 알아서 저녁먹어 했더니 그럼 나도 가야지 해요.
그럼 내가 안가면 어쩔꺼야 하니 자기도 안간다고.
그래서 제가 알았죠. 내가 아닌 남의 뱃솓 사정을 의무처럼 챙기는게 참 피곤하고 제가 거기에 완전 사로잡혀 있다는걸.
제가 좀 삐딱한가요?
길고 지리한 구질한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