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고 있는 직원 중에 한국에서 석박사 하고 연구원 생활 오래 하다가 입사한 친구가 있는데, 성격도 좋고 말도 차분하게 잘해서 처음에는 모든 직원들이 다 좋아했거든요. 항상 하하 호호 웃으면서 사람들하고 소통도 잘하고 하니 맡은 일도 잘 했으면 좋겠는데 막상 일 해내는건 수준이하예요. 맡은 프로젝트가 연구쪽은 아닌데 그동안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잘 커버해 줘서 은근슬쩍 묻어가는게 보이길래 혼자하라고 업무를 정해줬더니 그때부터 완전 헤매고 포인트도 못잡고, 정해진 기간 내에 아웃풋을 전해 못내거나 들고 온게 거의 무슨 학부생이 리포트 쓰는 수준이예요.
그래서 업무 평가할 때 이런 이런 점은 개선해 줬으면 좋겠다, 회사 일은 처음이니 이런 우리회사 관련분야전문지식을 쌓아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엄청나게 방어적인 자세로 나와요. 결국 일을 못하니까 그동안 잘 지내던 직원들도 점점 껄끄러워 하는게 보이구요. 가방끈도 길고 나이도 적지 않고 연봉도 적지 않은데 일은 입사 2,3년차만큼도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좋나요. 암 생각 없이 이런 사람 뽑은 제 동료도 책임지려고 하는 자세가 없구요.
그동안 여러 회사에서 박사급 인력들과 일을 해봤지만 대개는 학위 받자마자 일을 시작했거나 회사 다니면서 박사 받은 사람들이라 같이 일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전에 일했던 회사들은 박사니 석사니 학벌이 중요한 분위기가 아니라 다들 서로 업무능력 위주로 일했었는데 이 직원은 믿을게 학위 밖에 없는지 박사 타이틀에 (솔직히 그 분야에서 딱히 알아주는 학교도 아님) 연연하면서 일은 대체 언제쯤 감을 잡을런지. 아니면 학위따고 논문쓰고 하는 일만 하던 사람은 연구개발 쪽으로만 일을 시켜야하는 건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