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대적인 '윤미향 마녀사냥'이 벌어졌을 때 언론은 윤 전 의원의 횡령 또는 착복 의혹과 관련해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폭포처럼 쏟아냈다. 그러나 ▲단체 자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지출하고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의혹 ▲남편이 운영하는 신문사에 정의연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안성쉼터 헐값 매각 및 불법 증축 의혹 ▲부친을 쉼터 관리자로 등재해 6년여 동안 7580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 ▲맥줏집에서 3300만 원을 지출했다는 의혹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 3억여 원에 기부금이 포함됐다는 의혹 ▲보조금을 중복·과다 지급받았다는 의혹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 허위 공시 및 누락 의혹 ▲외교부 및 인권위에 기부금 및 보조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 등은 아예 검찰 수사 단계에서 모조리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이 그밖의 몇 가지 혐의를 억지로 짜깁기해 2020년 9월 기소한 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4년 2개월이나 걸린 것은 검찰이나 법원이 윤 전 의원을 봐주려고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범죄의 증명이 안 되는 재판을 진행하느라 애를 먹은 탓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공판기일을 39차례나 잡은 끝에 2023년 2월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8개 혐의 가운데 7개를 무죄로 판단했다. 1개 유죄 혐의의 횡령 액수도 검찰이 주장한 1억 원 가운데 단 1718만 원만 인정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철퇴를 가하며 윤 전 의원에게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법인카드가 하나밖에 없던 과거에 활동가들은 공적인 용도에 쓰는 비용을 자기 돈으로 먼저 결제한 뒤 회계 담당자에게 영수증을 제출하고 나중에 보전받았다. 사적으로 유용한 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금을 회계 처리한 것이다. 윤 전 의원도 할머니들과 함께 해외나 지방 등을 순회하며 사용한 경비나 식사 비용 등을 '선(先) 지출'하고 '후(後) 보전' 받는 방식으로 일하곤 했는데, 워낙 오래전에 소액씩 지출해 영수증을 찾지 못한 내역을 모두 합친 액수가 1700만 원이었다.
게다가 윤 전 의원은 정대협 상임대표 및 정의연 이사장을 역임한 10여 년 동안 월 200만~300만 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각종 강연료, 책 인세, 상금 등을 정대협 등에 기부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기록으로 확인된 기부 액수만 1억 원 이상이었다. 횡령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기부하는 횡령범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모순이다. 그래서 1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30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이 과정에서 횡령액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실을 고려했다"며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했다.
2심 재판 과정에서 윤 전 의원은 확실한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간식비와 식비, 사무처의 소소한 활동비까지 일일이 확인해 증거 자료를 최대한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1-3부(마용주 한창훈 김우진 부장판사)는 윤 전 의원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2023년 9월 판결에서 1심의 벌금형을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아무런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반면 윤 전 의원 측은 1심에서 못 냈던 10년치 증빙서류 다수와 증인들을 보완했음에도 2심 재판부는 도리어 횡령 액수를 7958만 원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검찰 측 주장만으로 고(故)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의 개인 계좌를 정대협 계좌로 간주하면서 손 소장과 윤 전 의원과의 개인적 통장 거래까지 횡령에 포함시켰다.
나아가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葬)을 위한 공개 모금액 1억 2967만 원과, 여성가족부에서 받아 인건비로 지출한 국고보조금 중 활동가들이 다시 헌신적으로 정대협에 기부한 6520만 원에 대해서까지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어 불법으로 규정했다. 윤 전 의원은 2심 최후진술에서 "청춘의 시간을 정대협에 쏟아부었다. 그런 활동가들이 지난 3년 동안 '다른 정치적인 의도로' '사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공격을 받으며 견딘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사는 것이었다"면서 "국가도 사회도 관심 갖지 않을 때 피해자들과 함께한 활동가들의 수고가 비난과 공격에서 격려와 연대로 변할 수 있도록 따스한 위로의 판결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비웃듯 형량을 오히려 올렸다. 조희대 대법원은 1년 2개월 뒤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문제의 2심 재판장이던 마용주 부장판사는 '윤미향 죄인 만들기'의 공로를 인정받았는지 윤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바로 당일인 2024년 11월 14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대법관 후보 4명 중 1명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됐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마 부장판사를 낙점해 같은 해 11월 26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월 2일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교수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엄상필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바 있는데, 윤석열 정권의 정적 제거에 공을 세운 판사들을 대법원에 진출시키는 동일한 패턴을 보인 것이었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뒤 내란을 진행하던 와중인 12월 13일 국회에 '대법관 마용주 임명동의안'을 제출해 마 부장판사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막판까지 '대법원 알박기'를 시도했다. 이후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월 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마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내란 잔당의 필사적인 '헌재 알박기' 시도 과정에서 마 부장판사도 대법원에 안착한 것이다.
'마용주 대법관'은 이에 보답하듯 지난 5월 1일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을 초고속으로 심리해 원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나아가 헌정사 초유의 '사법 쿠데타'를 통한 대선 개입을 합리화하기 위해 '보충의견'을 냈던 대법관 5명 중에도 끼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까지 강변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하마터면 대선 결과가 바뀌고 내란 세력이 정권을 연장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윤 전 의원은 8일 이 같은 마 대법관의 2심 판결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 부당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민의힘과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사면 불가'를 외치자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다. 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선 지난 2019년 1월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에서 기부금을 모집하고 조의금과 관련 없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조의금이 부족해서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장례식을 치르고 조의금이 남았다"며 "정의연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장례위원회가 만들어졌기에 이 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의논해 200만 원씩 11개 단체에 기부했다. 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5명의 대학생 자녀 장학금으로 200만 원씩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조의금 중 남은 돈을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遺志)에 따라 장례위원회 심사를 거쳐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분야 시민사회단체 및 그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들에게 총 5200만 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윤 전 의원은 "이것을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항소심 마용주 판사는 판결했다. 조의금은 유가족을 도와야 하는데 사회단체에 기부했기에 조의금 명목이 아닌 기부금을 모은 것이라는 이상한 판결을 한 것"이라며 "법률상 김복동 할머니의 상속인은 정의연이었다. 즉, 정의연이 다 가졌으면 되는데 다른 곳에 기부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억지 판결로 1심의 무죄를 2심에서 유죄로 돌렸다. 보수 언론들은 마치 제가 할머니 조의금을 다 먹은 것처럼 기사를 써댔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