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결심이라는 글이 만선이 되고 댓글들을 읽어보면서 저도 그 분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네요. 다만 저는 미혼이라는 것...
저는 삼남매 중 둘째로 평범히 자랐는데, 그 중 제일 예민하고(특정 부분만) 공부도 잘해서 제 앞가림 잘 하고 직장 잘 얻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만, 돌아보면 어머니께서 통제형이었고 불안이 아주 높았어요. 아버지 혼자 공무원하시면서 3남매 키우느라 넉넉하진 않았지만 할머니댁이 어느 정도 여유로웠기에 시댁에 나가는 돈은 없고 조그만 집도 사주셔서 결혼생활 시작하신 걸로 알아요. 하지만 엄마는 무조건 아껴써야 한다 등 불안을 자주 얘기하셔서 저는 어릴 적 부터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그리고 자주 부모님이 싸우다보니 저는 그 이유를 분석하면서 절대로 성향이 맞지 않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어요.
20대 초중반 여러 일이 겹치며 우울증이 와서 상담을 오래 받으며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고 본가와 거리를 두며 지내고(다행히 대학 때부터 독립해 본가에 살 때보다 훨씬 맘이 편함) 제가 결혼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완벽을 추구하는 점 등을 알고 노력중입니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저에게도 완벽을 추구해 채찍질만 하며 지냈는데 제가 원하는 대학에 못가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지 못해 저를 원망하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좋은 상담사 선생님 만나고 저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직장 생활에 만족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나머지 부분은 많이 좋아지고 지금은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다행히 나머지 형제들도 적당한 직업 얻고 결혼해 잘 생활하고 그리 아껴 살아서인지 부모님도 여유롭게 지내 가족들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부모님 역시 멀쩡하다 생각했던 딸이 상담까지 받자 사과도 해 주셨고요)
다만 저도 결혼을 하고 싶은데 두려움과 까다로움 때문에 맘을 잘 열지도 못하고 맘을 열어도 그 사람의 단점이 보이면 도망간다는 겁니다. 싸울까봐...
혼자 하는 것은 정말 똑부러지고 적당한 판단력으로 인간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은데, 결혼에 대한 것만은 문제가 많은 거 같아 저도 정말 힘드네요.
40대가 넘은 나이인데 2년 반 동안 3번의 썸 내지 연애를 했는데 상대가 결혼하자는 분위기를 풍긴 경우가 2번이나 되는데 끝내 제가 그의 손을 못 잡은 것이 제 문제 같아 조언을 듣고 싶어요. 기준이 높고 엄격하다 보니 제가 통제해야 할 만큼 부족한(?) 사람과는 엮이지도 않고 어떤 감정도 못 느낍니다. 그리고 제 컴플렉스인 우울함이 느껴지면 그것도 싫더라고요
작년에 소개팅한 남자는 좋은 회사 다니는 술 좋아하는데 정말 술과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주 3~4회 술자리 약속이 있고 없는 날은 집에서 캔맥주를 그리 마시더라고요. 저는 결혼 생각하고 아이도 낳고 싶어 돌려 얘기했는데 자기는 술 마실 때 가장 행복하고, 외로워서 술을 마시는 거라고 하면서 너는 크게 외로움을 안 타는 성격이라 남자를 이해 못한다 그러기도 하고, 결국 술을 줄이거나 끊겠다는 말을 안 하길래 제가 좋아하는 데도 헤어졌어요. 미래에 대한 큰 생각없이 하루하루의 즐거움을 쫓는 그의 성격이 정말 부러워서 좋아했어요. 그치만 결혼하면 아이 키우는 것도 집 청소도 제 몫이 될 거 같아(회사가 경기도 외곽이라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오고 물건을 못 버리는 호더 기질이 있어 집이 정말 난장판이더라고요) 커지는 마음을 끊어냈습니다. "나이 들어 결혼해 아이 낳으면 나도 예쁜 아이 위해 어릴 때 가정에 충실하지 않겠냐? 너는 너무 편견이 심하다."하면서도 끝내 술을 줄이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헤어졌습니다.
올해 선을 본 남자는 저랑 비슷한 성격에 저보다 더 예민해 보여 만날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비슷한 결이라 싸우는 일은 없을 거 같고 술, 담배를 안 하길래 맘을 주려 했는데, 제가 휴가 기간에 늦잠자는 걸 보고 자기랑 안 맞을까 걱정을 하고, 재미로 미국 주식을 하는데 그것도 자기 집안과 안 맞을것 같아 결혼을 망설이는 모습에 저도 점점 감정이 식어 갔어요.(묻지도 않고 혼자 지레 안 맞을까봐 걱정하는 스탈) 결혼식장 예약을 하자고 계속 부담을 주는데 너무 스킨십이 없어 뭔가 이상해 고민을 했는데 여행을 가도 아무 일이 없어 결국 헤어졌어요. 저희 언니 말이 이 선남이 저랑 성격이 비슷해보인대요. 완벽하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데 (선남은 40 중반인데 연애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 성경험이 없는 듯 했어요) 기준이 높은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겁이 나 아예 관계를 회피한 것 같다고... 제가 보기엔 이것도 맞고 성욕 자체가 별로 없는 남자인 것 같기도 해서 너무 힘들어 여기 게시판에도 글을 쓰고 헤어졌네요. 예전에 만난 남친이 성관계가 안 되어 아이를 낳고 싶은 제가 엄청 충격을 받았고 그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받아들이지를 못한 것 같아요.
선남을 보면서,, 어떤 면에는 저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어요. 기준이 높고, 불안이 높은 성격이라 여자를 만나다 봄 단점이 보이면 못 받아들이고 헤어지다 보니 깊이 연애를 해보거나 오래 만난 여자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휴휴.. 이런 성격은 혼자 살아야 할까요? 아님 정말 제가 운이 없어 결혼에 부적합한 남자를 근래에 연이어 만난 걸까요? 결혼해서 저도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소원은 간절한데 그 기준을 낮추기는 어렵고 제 컴플을 자극하는 남자에겐 맘을 못 주는 정말 갑갑합니다.
상담도 20대에 다녔고 지금 직장생활, 가족간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이성 문제에서만 자꾸 좋은 결론이 안 나니 제 성격의 문제인거 같아 괴롭습니다. 어설픈 완벽주의자, 그리고 저도 T의 인간에 자기 중심적이라 공감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선남도 경험이 없다보니... 여행가서 아무 일 없을 수도 있는데 좀 보듬어 주고 리드해줌 되는데 제가 두려움에 그냥 헤어진 것 같기도 하고 자학이 심해지기도 하네요.
저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어릴 적 돈에 대한 불안을 크게 들으며 자라 사실 능력이나 돈이 너무 없는 사람은 아예 맘에 두지를 않고, 외모는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저에게 냉정한 조언 좀 해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