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영업 12년차 -잊지못할 일

남편이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만둘수 밖에 없는) 나와서

빚을 2억2천 내어서 처음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친정오빠가 거래처를 만들어준다고

큰 회사를 가진

오빠의 아주 절친한선배를

남편에게 소개를 해서 거기 가면

거래를 터줄것이니 가보라고 했어요

 

 

남편은 남자라서 내색을 안했지만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저는 자잘하게 상처를 많이 받던 중이었고

종일 나와서 일을 하려니 육체적으로도 무척

힘들던 때였어요

우리 부부가 가장 힘들던 시기였어요

 

 

소개를 해줬는데 왜 안가냐며 오빠가 자꾸

닥달을 해서 남편이 1시간정도 거리의 그 회사에

영업을 하러 갔는데요

5만원짜리 볼펜과

상품카다로그를 가져갔습니다

 

 

그 선배는 사장실에 있는데

인사를 하고 들어가니 마침 전화가 왔대요

그 선배는 남편에게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아서 남편은 엉거주춤 서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전화를 사람을 세워두고

삼십분을 받더래요 남편은 계속 서있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세워둔채 한없이 전화를 받던

그 선배는 전화를 끊고 나더니

나가서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라고 하더래요

그럴거면 사람을 왜 세워둬요

억장이 무너졌어요

 

 

남편이 가져간 볼펜을 선물로 드리니

200억규모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는 그 선배는

그렇게 좋아하며 그 볼펜을 받아넣더래요

 

 

 

밖에 나와 담당자를 만나니 담당자가

사실 자기들은 우리한테서 쓸 물건이 없다며

필요한건 장갑정도인데 그것도 자기들은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받고 있어서

아마 가격을 못 맞출거다 해서 맞춰드리겠다 하고

남편은 그 두시간 왕복거리를 다녀왔는데

그 회사는 장갑조차도 주문하지 않았구요

 

 

남편은 저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그 선배는 오빠와 친한 사람이고

오빠는 우리를 도우려고 했으니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절대 오빠에게

하지말고 그냥 다녀왔다고만 해라고 했어요

 

 

저는 남편이 너무 가엾고

그 나쁜 놈이 먼 거리를 사람을 오라가라 불러놓고

또 사람을 세워놓고 전화를 하고 모욕을 주고

그와중에 선물을 받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너무 슬프고 분했는데

남편이 하도 신신당부를 해서

오빠한테는 다녀왔다고만 말했어요

 

그랬더니 오빠가 곧 주문할거다 했지만

끝내 한번도 주문하지 않았고

1년 가까이 오빠는 주문왔더냐고 묻다가

결국은 어느 순간에 포기하고 끝났는데요

 

 

 

거래처는 그냥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이

거래처가 되기 시작해서 성실한 남편이 열심히

꾸려가며 우리의 거래처가 늘어갔구요

차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든 우리의 거래처가

늘어났고 생겨났어요

 

 

그 남편을 세워두고 전화를 삼십분 넘게 받고

전화를 끊고는 나가서 담당자와 이야기하라고

했던 그 선배는

몇년뒤 세금문제로 감옥을 가니마니 해서

꼭 가기를 바랐는데

결국 가지는 않았고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형부가 소개해준 거래처 이야기 해드릴게요

역시 불발

(그러나 사람을 세워놓지는 않았던)

 

 

 

 

먹고 사는 일이라는게 얼마나 처절한 것인가를

배우던 시기였죠 아득하네요 벌써 12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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