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얘기만 듣던 임윤찬 군의 콘서트를 다녀왔어요. 지난번 조성진 라벨 공연 보고 삘 받아서 힘들게 표 구해서요. 듀오 피아노 콘서트는 생경한 컨셉이기도 하고 어떨가 궁금했는데 스승 손민수 피아니스트와의 합은 정말 잘 맞았어요. 특히 세번째 이하느리군이 편곡한 장미의 기사는 장미처럼 화려하게 피어나는 곡이더라구요. 다들 올해 최고의 윤찬군 공연이이라고 하던데 운이 좋은가봐요 제가 ㅎㅎ. 손민수는 차분하고 정갈하게 톤을 잘 잡아 주고 윤찬군은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뿜어져오는 열정이 정말 왜 다들 라커같다고 하는지 이해 완료. 오른쪽 앞자리 6열 정도였는데 손은 안보였지만 인터미션 후에는 윤찬군이 오른쪽을 바라보는 피아노로 옮겨서 공연 내내 피아노의 숲 만화 같은 연주장면을 실컷 관람했어요.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이 두번째 곡이었는데 듀오가 연주하니 중간에 마치 쿼르텟처럼 복합적인 소리가 나오더라구요. 분명 피아노 두대가 연주하는데 현악기 같은 음들이 합으로 나오는데 우와했어요. 앵콜로 장미의 기사 짧게 친 것도 너무 좋았구요.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몸짓을 따라가다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있었는지 아침에 일어나지 방전된 느낌. 그저 관객이었을 뿐인데 ㅎㅎ.
보고나니 피를 끓어 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어서 왜 팬들이 그렇게 많은지도 알겠더라구요. 근데 조성진과는 정말 극과 극의 연주 스타일. 조성진은 극도의 정제되고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을 놓치 못하게 하는 마스터, 임윤찬은 그냥 피아노의 정령과 함께 힘껏 헤엄치고 세상 여기 저기를 막 날아오르는 스타일. 앞으로 일년에 한 두번씩은 이 두 거장의 연주를 보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야겠다고 조용히 결심한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