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개업해서 일요일 휴무도 없이
일주일 내내 일하면서 반년을 보냈는데
엄청 큰 태풍이 온다는거예요
그 소식이
저는 너무나 기뻤던 것이
태풍이 오는데 손님이 오겠냐는 생각이 들어
태풍이 오는 그날 우리는 드디어 반년만에
하루 쉬겠구나!
하고 생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러한 생각을 남편에게
피력했어요
<태풍이 오는데 무슨 손님이 오냐
하루 쉬자>하니 남편이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태풍이 오는 그날 오히려 평소보다 일찍
출근을 하는 거예요
저보고는 나오지 마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입점한 동네는 신도시였고
우리 가게는 큰 사거리 도로 앞이었는데
벌써 사거리 도로의 하수구는 낙엽으로 막혀서
역류중이었어요
도로에 물이 가득 차서
보도위로 넘치고 있었죠
저희 가게는 위쪽이어서 그 넘치는 물과
거리가 있었지만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한
남편은 그걸 시청에 신고해서 처리했구요
가게 cctv로 남편을 지켜보고 있는데
남편은 가장 싼 1회용 우비를 사서 입고
마치 전쟁에 참가한 군인같이
용맹하게 가게 입구에 서서
밖을 살피며 물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종이박스를 쌓아놓고
왔다리갔다리 왔다리갔다리
건물 전체를 살피며
피해를 입지 않을지 가게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그 비바람이 치는데
손님이 오시구요
비옷입은 남편은
군인같이 보초를 서다가
손님이 오시면
재빠르게 판매도 하구요
저는 그런 남편을 cctv로 지켜보며
아 내가 저런 남자와 결혼했구나
세상에 저 늠름한 어깨
저 책임감
나는 저런 남자와 결혼을 했구나
하며 남편을 바라 보았습니다
(자영업자가 되고 난 후
나를 자영업자로 만든 남편을
얼마나 미워했던지요)
태풍은 오전에 금방 물러갔고
해가 나오기 시작했고
점심시간 전에 벌써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었어요
태풍 오니까 하루 쉬자 했던 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제서야 준비해서 출근을 했습니다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자영업하고 처음 태풍 오던 날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봅니다
자영업 벌써 10년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