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애시당초 남이라 기대가 없고요.
하나 있는 자식이 키우기 쉽지 않았어요.
사춘기도 유별났고 수험생활도 힘들었지요.
아이 중,고등 시기에 제가 살아보려고 별별 공부를 다했어요. 종교도 가졌고요.
혼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빌어도 보고 달래도 보고..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남편은 그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모는 인간이라 제가 퇴근길에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한참 울다가 들어가곤 했어요.
어찌어찌 대학 가고 잘 다니나 싶었는데 예전에 비하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진 않아요. 그래도 이만한 평화도 깨질까봐 열번 참고 한번 말하고 그것도 조심스럽게 말해요.
2주 전 쯤 돈을 너무 함부로 쓰는 것 같아 지출을 수입에 맞춰야지 수입을 지출에 맞추다가는 나중에 독립해서 살 때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어요. 용돈으로 현금 일정액을 주고 비상시에 쓰라고 카드를 하나 줬는데 카드를 비상금으로 쓰는게 아니라 기준도 없이 쓰더라고요. 한꺼번에 큰 돈을 쓰진 않지만 모아보면 현금 준 만큼 카드 지출액이 나오니 이건 아니다 싶어 한 말이었어요.
그랬더니 돈 아까우면 아깝다고 하지 역겹다며 위선 떨지 말라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너한테 그런 말 들을 정도로 형편없는 엄마였냐고 하니 바로 그 말은 사과하겠다더라고요. 근데 이미 제 마음이 많이 다쳐서 앞으로 카드 쓰지 말고 현금에 맞춰 쓰고 부족한 건 알바하라고 했어요. 그동안도 알바는 꾸준히 했고 평균적으로 월30~40만원 이상 버는 걸 알아요.
그러고 방에 들어와 누워있는데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짐을 싸서 나가버렸어요. 자취하는 친구 방에 간 것 같은데 2주 동안 연락이 없어 어제 전화하니 돈에 맞춰 잘~살고 있다더라고요.
속 썩으며 자식 키웠는데 그런 건 기억도 안나는지 참 허무하고 스스로 한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