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기사) 뺨27대에도 꿈쩍않던 9살 이재명

 

" 열, 열하나, 열둘…. "


숫자를 세던 이재완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세던 건 폭행의 ‘개수’였다.

담임교사가 한 학생을 불러낸 건 그 직전이었다.

" 니 어제 미화 작업 왜 빠졌노? "


불려 나온 아홉 살짜리 아이가 답했다.

" 어무이 일하는 거 도와야 돼가 그랬심니더. "


교사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니는 학교는 하나도 안 중요하나? 갖고 오라카는 거는 한 번도 안 가 오고, 학교 빠지는 거는 밥묵듯이 하고. 선생님이 우습나? "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그 아이의 조그만 뺨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그 체벌을 수긍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루하루의 살이가 힘겨운 그에게 학교의 요구는 버거운 것이었다. 미술 시간 준비물이라는 크레파스, 도화지 같은 걸 살 돈이 없었다. 각종 ‘강조’ 시간은 더 싫었다. 불조심 강조 기간, 간첩신고 강조 기간, 쥐잡기 강조 기간 때마다 문구점에서 파는 리본을 사서 붙여야 했다. 그걸 살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벼르고 벼르던 담임교사가 날을 잡았다. 그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

아이는 그 체벌에 승복하지 않았다. 승복하는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고개를 더욱 빳빳이 쳐들었다. 물리력의 강도는 그럴수록 강해졌다. 아이의 뺨은 구타의 충격과 터져 나온 코피가 범벅돼 검붉어졌다.

자리에서 숨죽이고 앉아 그가 맞을 때마다 그 수효를 낮게 헤아리던 이재완은 폭행 피해자의 팔촌이었다. 그의 번호 세기는 ‘스물일곱’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그 아홉살 소년 이재명은 그제야 교사의 손아귀에서 놓여났다.

" 야, 재맹아. 니 진짜 맷집 대단타. 스물일곱 대를 맞으면서 우애 고개를 안 숙이노? "


학교가 파한 뒤 이재완은 이재명에게 달려갔다.

" 니 눈에서 불꽃이 튀드라. 선생님도 아마 때리면서 움찔했을 끼다. "


그 소년이 무자비하게 맞아야 했던 이유는 단 하나, 가난이었다. 가난이 죄라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야 했고, 간혹 교사의 화풀이 폭행 대상이 돼야 했던 그 소년이 훗날 대통령이 될 거라고 했다면 누가 믿었을까. 아마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믿지 않았을 거다. (후략)

 

출처 : 중앙일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46093?lfrom=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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