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다섯된 시어머니.
걷거나 움직이는게 힘들고 넘어지기도 하고 연하장애도 있고
다만 파킨슨이나 다른 병은 아니고 의식은 멀쩡하시고 좋으세요. 그만큼 옆에 사람이 괴롭습니다. 몸은 거동이 안되면서도 먹고싶은것, 가고싶은것 하고싶은건 많으니 하루종일 조르거든요.
자식 두명 며느리 두명 다 오십대. 각자 한창 애들 초중고생.
장남네가 반년정도 모시다가 - 저희보단 장남네라고 집도 크게 받았고 형편도 부유합니다. - 이젠 그들도 힘들다고
저희보고도 모셔가라고 하는데요.
애초에 제가 저희집 근처에 시어머니 살 집 구해서 같이 들여다보자 하니
절대 시어머니 혼잔 못둔다며 효자 장남이 자기집으로 모신거에요. 그리곤 6개월만에 집안싸움나고 나가라 말아라 시설에 보낸다 이러고 난리가 난거죠.
문제는 저흰 남는방이 없어서 애들 방을 주거나 부부가 거실로 나가야하고 시어머니는 하루종일 하는게 없으니 거실에서 저 따라다니시고 말 걸고. 원래도 말이 많은 분인데 더 많아져서는
계속 뭐 해먹자 뭐 먹자 무슨무슨 김치를 담그자 .. 건강프로그램에 나오는 무슨 건강보조제를 먹어야 관절에 좋다 뭘 먹어야 오래산다느니 흑염소를 당장 구해오라느니 .. 진시황제 수준이에요. 정작 며느리인 저는 밥하는 시간도 벅찬데요.
움직이지도 못하시는데 온천을 데리고 가달라. 수돗물 온천말고미네랄 광천수 온천이어야 한다, 피부에 뭐가 나서 피부관리를 받고싶다 ..하루종일 자기 몸에만 집중하시면서 저러시니
정신이 다 혼미할 지경이었어요.
노인하나만 건사하기엔 저희부부도 일하느라 둘다 힘들고
애들도 아직 손이 가는데. 도저히 합가는 못하고 근처 살며 돌보는게 제가 주장하는거고 남편도 이젠 자기도 힘들다고 시어머니 따로 살 집을 알아봤는데요 .
문제는 형님네가 본인도 힘들다고 저희한테 니네도 좀 시어머니 모셔가라 짜증을 내면서도 따로 사시는건 불안해서 안된다고
반년씩 나눠서 각자 집에서 모시자는거에요. 근데 저흰
화장실도 집에 한개뿐이고 방도 모자라요. 조용히 계시는것도 아니고 거실에 앉아 하루종일 애들한테 말을 거니 애들도 사춘기라 슬슬 피하고 식욕이 왕성하셔서 수시로 배가 고프다고 뭔가 먹을걸 드려야 하니 남편이 자기엄만데도 힘들다고 진저리를 치더라구요.
저는 합가는 안된다고 하는 입장이요. 제가 힘들어서 못해요.
실제로 같이 살아보기도 했고, 따로 살때도 말만 분가지 거의매일 들렀어요.
근데 합가보단 따로 살면서 돕는게 더 심리적으론 낫더라구요.
그런데 또 시어머니는 혼자있는건 잠시라도 싫으시다고 하고.
달에 오백이상 드는 고급 요양원으로 일인실 갈 돈은 충분한데 시어머니는 당연히 거부하시고요.
돈문제는 없어요. 간병인 비용이나 시설비용 집값 다 능력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