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지방출장가서 내일 밤 늦게 온다던 남편이
갑자기 집에 오는 중이라고 전화했어요.
이렇게 갑자기 쨘~!! 하고 귀가하면
겁나 열렬한 환영 받을꺼라고 믿고
가끔 이런 환장할 짓을 합니다.
월욜이면 출장가니까 주말에 외식 한 번 안 하고
이 악물고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챙겨서
먹여보냈구만 ㅜㅜ
집구석에 국이나 반찬거리는 커녕 밥 해놓은 것도 없어서
오늘 저녁엔 혼자 스시 시켜서 청하랑 한 잔 하며
나인 퍼즐 정주행하려는 야무진 꿈 꾸던 저는
일단 심연에서 올라오는 깊은 빡침을 잠시 눌러두고
냉장고를 털어보니 꼴랑 부추 한 단 나오네요.
냉동실에서 항시 대기중인 냉동 오징어와 새우를
왕창 때려넣고 매워서 한 입만 먹어도 펄펄 뛰게 매운
청양고추 6개 다져넣고 부침개 반죽을 넉넉하게 했어요.
부침개 반죽을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시키면
담날 더 맛있어진다고 어디서 줏어 들은터라
낼 점심에 혼자 넉넉히 부쳐서 맥주랑 낮술하려고 했는데...
60 바라보며 이제 많이 먹지도 못하는 남편분께서
24cm 후라이팬 가득 부친 부침개 8장을
앉은 자리에서 호로록 다 먹어버리네요.
갱장하다 증말.
밖에선 이런 부침개 구경도 못 해봤다며
막걸리랑 부침개만 파는 전집을 해볼까 지껄이는데
귀 먹어서 안 들리는척 했어요.
제 낼 점심은 진라면 매운맛 당첨이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