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진짜 부자들의 취미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진정한 부자의 취미는 무엇일까 하고요.
누군가는 값비싼 시계나 자동차, 혹은 고급 와인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진짜 부자의 취미'는 다름 아닌 정원 가꾸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는 단순히 자산의 크기나 사회적 지위를 뜻하지 않습니다.
30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했느냐,
유명 대학을 나왔느냐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부자는 삶을 대하는 태도,

마음의 여유와 성숙함, 자연과의 교감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많은 조건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요.

먼저, 정원을 가꾸려면 자기만의 작은 땅이 있어야 합니다.
비록 넓지 않아도,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마음껏 손볼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그리고 꽃과 나무를 알아보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어떤 계절에 어떤 꽃이 피고, 어느 나무가 햇볕을 좋아하며,
어떻게 가지를 치고 언제 물을 줘야 하는지
식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돌볼 체력과 끈기,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꽃은 오늘 심고 내일 피지 않습니다.
정원은 한 해 두 해 손댄다고 완성되지 않지요.
해가 바뀌고 계절이 돌아와야 비로소 진짜 정원의 얼굴이 나타납니다.
그 기다림을 견디고, 매해 사랑으로 손길을 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에 시간을 기꺼이 쏟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것이야말로 진짜 부자의 조건이 아닐까요?
삶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꽃 한 송이의 피어남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
그 기다림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
그런 이가 바로 마음이 넉넉한 사람, 제가 말하는 '부자'입니다.

물론,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하고, 그 역시 비용이 드는 일이지요.
결국 정원을 가꾼다는 건 시간, 지식, 체력, 공간, 경제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의 부유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취미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진귀한 취미일지도 모릅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적은 수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 정성으로 가꾼 정원은
오직 마음으로만 다가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이 됩니다.

혹시 누군가는 기업 회장님의 넓고 잘 정돈된 잔디밭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정원은
누군가의 손으로 '관리된' 공간이 아닙니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초록색 배경이 아닌,
가꾼 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정원은 결국,
자신의 삶을 가꾸는 방식이자,
자연과 나누는 대화이며,
마음이 머무는 가장 고요한 장소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진짜 부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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