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년차 워킹맘입니다.
남편은 전문직에 벌이도 괜찮은 사람이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도 자상합니다.
가끔, 화가 나면 저와 말다툼을 할 때
위협적으로 행동하거나 아이들이
안 들을 때, 미친@, 병@ 같은 욕을 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나면, 남편이 사과를 하긴 했어요.
그런데, 가끔 욕설은 계속 하더라고요.
부탁도 많이 해봤어요.
듣기 괴로우니 그만해달라고요.
오랜 시간 그래도 참았고, 용서도 늘 했었어요.
저도 완벽한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아이들 육아가 먼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결혼17년차에 (국내)여행 다녀온 다음날,
식재료가 떨어져 낮잠자고 마트에 다녀오자는
얘기에 자기를 쉬지 않게 한다며 애들
보는 앞에서 무자비하게 갑자기 맞았습니다.
때린 건 처음이었지만, 충격적이더라고요.
이마쪽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와중에
아이들은 놀라 울고, 정신이 없더군요.
손은 벌벌 떨렸지만, 병원에 가게
나오라는 남편이 먼저 집을 나선 틈을 타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약 8바늘 정도 꿰맸고, 극도의 공포와
여자로써 수치감을 느꼈어요.
이후, 100m 접근 금지를 받고,
남편과는 3개월동안 별거를 했습니다.
남편은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아이들 트라우마도 상당했지만,
워낙에 자상했던 아빠라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 아빠를 용서하더라고요.
친정엄마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고,
용서하라 하셨습니다. 기가 막히고,
눈물은 났지만 이혼 용기가 없었던 건지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었는지 다시 남편을
받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수십 차례의 개인상담, 부부상담을 하고,
지금까지 다시 살고 있어요.
다행히, 이후 저에게 폭력이나 위협은
한 번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남편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 저때문에
죽을 맛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날 이후, 저는 반복되는 감정 기복은 기본이고,
웃고 있어도 슬픔이 밀려오고 화가 올라와 죽겠더군요.
웃고나서도 아이들과 남편 몰래 울었던 적도
많았으니까요. 아니, 제 눈에는 늘 눈물이 고여 있었어요.
제 스스로 제 눈을 보고 화가나고 슬플 만큼요.
하지만, 누가보면 너무 행복해보일 것 같았죠.
밖에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거든요.
이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주 찾아오는 이 감정이 두려워 도망가고만
싶습니다.
최근 남편에게그랬어요.
너무 화가 나고, 슬프고,
괴로워 죽겠다고. 내 인생 최대의
방해꾼이 당신이 됐다고.
내가 연애하고, 사랑했던 사람도
지금 없는 기분이고, 그 시절이 너무
그립고 그립다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자신은 솔직히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요.
물론, 그 시절이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고,
진심이었지만, 자신은 지쳤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너무 많아 마음의 짐이 너무
무거운 시절이었다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저에게 저지르지 말아야할 짓을
저지른 계기가 쌓였었다고요.
남편은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제 손까지 잡아가며 진심으로 사죄를 합니다.
자기가 죽을 죄를 지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수한 거라고, 진심으로
울면서 용서를 빌어요.
프리랜서긴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제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고, 벌이도
나쁘진 않으니 아이들 얼마 남지 않은
입시까지 제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놓고,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남편은 평생 아이들과 다시
모든 걸 일으키길 원해 악착같이 가족들
곁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만약, 여동생이든 친언니든 이혼을
준비할지 어떻게든 다시 시작하는 방향으로
노력해봐야할지 고민한다면, 어떤 조언을
주실 건가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아픈 상태라 상처될 댓글은
지양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미리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