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주사 맞고 나서 탈모가 본격적으로 왔어요.
아파트 앞에 1인 미용실이 있는데 손님도 없고 사장님이 친절하세요. 그 미용실에서 삭발하려고 맘을 먹었는데, 괜히 그 사장님한테 미안하더라고요.
또 거울로 머리 잘려나가는 내모습을 응시해야 하는것도, 혹시라도 사장님이 위로의 말을 건넬까봐 그것도 걸리고..
그래서 유아용 이발기(바리깡)을 샀어요.
어제 바리깡도 오고 모자속에 민머리를 위장할 부분가발도 오고..
저녁에 감행했어요. 처음엔 잘 안되더라고요. 머리를 미는 건지 손으로 잡아 뜯는건지 구분이 안되더니 점점 손에 익었고..
꼼꼼하게 잘 밀었어요. 밀고나니 두피가 뜨겁던 것도 없어지고 시원해요.
약간 웃기기도 했어요. 중은 제 머리 못깎는데 나는 잘 깎는구나...이러면서.
바리깡 값으로 미용실을 갔으면 간단하고 내 머리카락 뭉치 청소할 필요도 없는데..왜 이런 미련을 떠나 싶은데..
그래도 사장님에게 알콜스왑 내밀면서 바리깡 닦아주세요..그러는 것도 민망하고.
하여튼 고비 하나는 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