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딸이 요즘 베이킹을 취미로 해요.
스콘, 소금빵, 쿠키.. 아직 초보라서 그냥 밀가루 반죽 구운 것처럼 될 때도 있고
그럴 듯하게 괜찮을 때도 있고 그래요.
어느 날 주말에 피자소시지빵을 만들었어요. 반죽 치대고 발효시키느라 4시간정도 만들었어요.
소시지를 반죽에 말아서 촙촙촙 잘라서 나뭇잎처럼 펼쳐서 양파, 옥수수랑 마요네즈 섞어서
치즈랑 케첩 뿌려서 굽는 과정이 길고 힘들겠다 싶더라구요
긴 시간동안 만들면서 처음 2시간 정도는 기분이 안 좋아 보이고( 사춘기라 감정기복 오락가락)
중간에는 음악 들으면서 쫑알쫑알 자기가 먼저 말도 걸고 그러더니
거의 다 완성해서 굽기 직전에는 기분이 또 안 좋아졌더라구요
기분 안 좋은 건 평소에도 그러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었어요
남편도 빵 언제 되느냐고 저녁으로 먹을 수 있느냐고 기다리는데
딸은 자기 빵인데 왜 저녁으로 먹느냐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꿍얼거리더라구요
총 8개를 만들었어서 4개씩 구워야 하는데
큰 아이가 학원 다녀올 시간이라서
오빠 2개 주고 우리 세명이서 2개씩 먹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만든 건데 왜 오빠를 2개 주라고 하느냐고
한 개는 친구를 줄꺼라고 하길래
그러냐고 그럼 오빠 2개 주고, 엄마랑 아빠가 3개를 나눠먹겠다고 했어요
왜 자기가 만든 건데 엄마가 정하냐고 엄마, 아빠 2개씩 먹으라고
오빠는 1개만 줄꺼라고 하는데, 오빠 2개는 먹어야지라고 했어요
저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1개만 먹어도 되고 아들은 저녁대신 먹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처음에 4개를 구웠는데 아이가 레시피대로 10분만 구웠어요
치즈가 녹긴 했는데, 양파가 안 익어서 매운 맛이 나고 표면이 노릇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런 말은 안 하고 그냥 맛있다고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면서 먹었어요
두 번째 구울 때는 아이가 16분을 굽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처음 구웠을 때랑 색이 비슷하더라구요
제가 좀 더 구우라고 했는데, 아이는 이미 오븐에서 빵을 꺼내서 접시에 담고 있었어요
아이가 접시에 빵을 나눠서 담으면서 "그냥 먹으면 안 돼요?"라고 찡그리더라구요
그럼 너는 그냥 먹으라고 엄마는 좀 더 구워 먹겠다고 했는데,
그걸 자기가 만든 빵을 뭔가 내려치기 한다고 느꼈나봐요
매우 기분나빠하면서 엄마 맘대로 하세요라면서 예의없이 말했어요.
아이가 오래 걸려서 고생했지만
빵을 좀 더 구워서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빵을 더 굽겠다고 한 게 자기를 존중을 안 했다고 말하더라구요
자기가 만든 건데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라고..
자기가 만들어 주는 그대로 먹으면 좋겠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어이가 없고 기분이 나빴어요
제가 아이를 많이 존중하면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자기 주장대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잘못 키웠나 싶은 마음까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