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집에 오다 공격당한 삼식이

 

우리집 삼식이는 자영업을 하는데

 

그러니까 아침은 집에서 먹고 나가고 점심은 집에 와서 먹고

저녁도 (어쩌면) 집에서 먹는데 그리하여 삼식이다

 

 

어쩌다 삼식이가 되었냐면 코로나 초기 무척 엄중하던 때에

식당에 가서 마스크 벗고 점심 먹다가 코로나 확진자와 겹쳐서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고 확진일시 <가게문을 일주일간 닫을> 위기에 처해

너무 놀랐던 것이었다.

 

다행히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지나갔는데

이후 삼식이는 코로나에 걸려 먹고 사는 일이 지장받게 될 지 걱정이 되어

(걱정이 많은 성격)

 

그때부터 집에 와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나는 그 때 삼식이의 세끼와  학교에 가지 않는 중학생의 세끼를 하느라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자영업자의 아내이므로 나도 자영업자였던 것이었다.

자영업을 하면서 하루 세끼 두 사람의 밥을 한다는건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중학생은 학교로 돌아가며 2식이가 되었으나

자영업자 삼식이는 삼식이로 계속 남았다.

 

 

 

나는 가슴에 뜨거운것이 차오를때는 소소하게 물건을 사면서 풀기는 하나

그 물건들이 너무 소소하여 이렇게 사는 게 정말 맞는지 자괴감이 들곤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삼식이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으로 집에 오는 길이었다.

 

 

삼식이는 엘리베이터에서 7층 부인을 만났다

부인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시는데 그 시간에 삼식이와 부인은 승강기안에서

만난 것이었다. 부인은 우리집 삼식이에게

 

<아저씨. 이 시간에 왜 집에 오시냐고> 물었다고 했다. 친한 사이도 아닌 사이였다.

 

삼식이는 공손하게 점심을 먹으러 오는 길이라고 답변했는데 부인은 갑자기

 

<아저씨. 그러면 삼식이냐>라고 해서

 

 

삼식이는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했는데 부인은 7층에서 먼저 내리며

 

 

<삼식이 그거 얼마나 나쁜 건줄 아냐며 사모님이 진짜 힘들거다>라고 말하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얼떨결에 한마디도 못하고 당한 우리집 삼식이는 집에 와서 밥을 먹는데

너무 분했다고 했다. 한마디도 못한 것이 더 분했다며 저녁에 나에게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 부인이 정말 배우신 분이구나 하며

마음 속으로만 부인께 감사하고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몇일이 지났는데 삼식이는 다시 7층 부인을 만났다.

 

그 날의 일이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있었지만 표시를 내지는 않았다.

 

부인은 우리집 삼식이에게

 

<아저씨. 아드님 키가 크더라>며 칭찬을 했다. 자식의 일인지라 마음이 금새 풀어진

삼식이는 자기가 봐도 키가 많이 컸다며 기쁘게 대답했다. 그러자 부인이

 

 

<아저씨 키는 보통인데 사모님이 키가 커서 아드님이 키가 크다>하고는 또 내려버렸다.

 

 

아. 삼식이는 진짜 화가 났는데 이번에도 부인의 말은 틀린 곳이 없었다.

그 분은 어쩌면 그렇게 매번 옳은 말씀만을 하시는 것일까!

 

 

 

 

나는 7층 부인을 따로 알거나 혹은 만나서 신세한탄을 한 적도 없는데

그저 7층 부인은 참 배우신 분이로구나 하고 혼자 생각할 따름이었다

다음에 만나면 차라도 한잔 꼭 대접하리

생각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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