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 인생에서 가장 기괴하고 으스스했던 경험...

옛날에 제가 인터넷에서 전생 얘기하는 카페에 가입이 되어 있었어요. 

자기 전생을 기억한다는 사람들이 본인 얘기를 쓰는 게 올라오는 글들의 주된 내용이에요. 

보다 보면 황당할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논리적인 근거를 대면서 

전생에 자기가 어떻게 살았다, 얘기하더군요. 

재미있어서 가끔 가서 글을 보는데, 

 

어쩌다 보니 거기에서 어떤 회원이랑 댓글로 길게 얘기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 전생을 기억하는 거 말고도 

사진을 보면 그 사람 전생이 보인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었어요. 

솔직히 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차분하면서도 사람 귀에 들어오게 해서 재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역사적 인물 A는 그 뒤에 역사적 인물 B로 환생했다, 

어떤 업보와 인연의 고리로 그렇게 됐다, 그렇게 설명을 해요. 

 

그런데 저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소름 님은 전생에 C였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이러는 거예요. 

 

제가 너무 놀랐던 게 

이 C가 역사적 인물이긴 한데 전혀 유명하지 않아요. 

인명사전에는 실려 있는데 일반인들은 거의 다 모르는 사람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이랑 대화하기 며칠 전에 

C의 사당에 일부러 참배하고 왔었거든요...

거기 간다는 거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다녀왔구요. 

더 중요한 건 제가 C를 좋아한다는 걸 아무도 몰라요. 

제 가족들조차 모르는 일이었어요. 

 

오랜 세월 동안 제가 C를 마음에 간직한 건 사실인데 

전 이걸 어릴 때부터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가슴에 묻어 둔 옛사랑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아무한테도 제가 C를 좋아하는 거, 제가 몰래 사당에 참배하는 거 

인터넷에조차도 말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마치 순식간에 

제 급소를 찔린 기분이 들면서 충격이 컸어요. 

그래서 대화를 그만두고 거길 탈퇴했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두렵고도 으스스한 체험이었어요. 

 

저는 제가 전생에 C였다는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아요. 

그런데 얼굴을 마주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 댓글로...

그런 제 마음의 비밀을 그런 식으로라도 들켰다는 게 지금도 너무 놀라워요...

그냥 유명인을 갖다 대서 찍어서 맞췄다고 하기에는 그 C는 진짜 존재감이 없거든요. 

차라리 저를 유관순이었다, 아니면 차라리 마돈나 엄마였다, 뭐 이러면 

깔깔대면서 웃었을 텐데, 하필...

 

밝은 달 보면서 소원 비는 무속인들도 많겠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한번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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