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해본 쑥맥인데요
(단지 그것만이 이유였을까)(아름답지 않은 외모도 한몫)
맞선을 봐서는 결혼이 잘 안되더라구요
제가 마음에 드는 남자는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제가 마음에 안 드는 남자는 저를 좋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며 나이만 먹어가던 그때
엄마가 저에게 <결혼정보회시>에 가보자는 거예요
토요일이었는데 꽤 목돈인 가입비를
준비한 엄마와 제가 지하철을 타고
결혼정보회사가 있는 서면에 가는데
그렇게 걱정이 되거나 하지 않고
엄마와 재미있게 웃으며 갔던 기억이 납니다
(부산에 살아요)
결혼정보회사에 가서 친절한 안내를 받고
가입했는데
남자들은 8회 소개받고
여자들은 13회를 소개받는다나
어쨌든 가입하고 돌아오는데
엄마가 저에게 남의 집 애들은 알아서
결혼도 잘하는데 너는 이런것까지 엄마가
해줘야 되냐 아이구 내 팔자야
이런 말씀 하나도 하지 않고
다정하게 맛있는거 먹고 가자며
우리는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들처럼
2000년의 서면 거리와 지하쇼핑몰을
구경하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서면 토요일 오후 봄 햇볕 엄마 사람들
그런 것들이 떠오르곤 해요
엄마는 화내는 법이 없는 좋은 분이셨어요
서른살이 다된 딸을 결혼시키려고
결혼정보회사에 가입시키고
목돈을 주고 등록하고
그러면서도 다정하셨던
(전 좀 짜증났을 것 같아요 ㅎ)
그래서 저는 지금의 남편을 그 13번의 소개중
8번째쯤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물론 그 1번 2번 3번 4번....7번 남자는
그 사람들이 싫다 하거나
제가 싫다 하거나 반반이었고
특히
6번이 교사가 엄청 대단한 건 줄 알며
저를 대놓고 깔보는 남자였고(잊을 수 없다)
7번 또한 아주 매너가 안 좋은 공무원이어서
마음에 상처를 상처를 안고 있던 중
드디어 8번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도 토요일
그날도 서면이었어요
사실 그때는 제가 못 생긴 제 인생에 좀 예쁠때였습니다
사람이 한번은 또 아름다운 시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때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토요일 오후 서면에서 저는 8번을 만나게 됩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