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친구 욕하는 걸 들었을 때 전달해 줄까요

몇 남지도 않은 절친 중 하나인데 직장에 무슨 행사가 있다고 저를 초대했어요. 이제는 나이도 있고 중견이고 솔직히 능력은 별로지만 의욕이 앞서서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 온 친구예요. 이번에 무슨 큰 프로젝트 관련 계획안 발표를 하니까 와서 듣고 조언과 응원을 해달라고 해서 갔어요.

제가 좀 일찍 도착했고 제 친구는 아직 안 왔는데 제가 들어가니까 친구의 후배들, 발로 뛰고 ppt부터 전부 다 준비한 젊은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고 손님 자리로 안내했어요. 문제는 그 다음. 

제가 다 들리는 정도 자리에 앉았는데 제 친구 욕을 대놓고 하는 거예요. 너무 구체적으로 그리고 큰 소리로요.

크게 잘못한 건 아닌데, 다만 직접 할 줄도 모르면서 일 가르쳐 준다고 꼰대짓 한다고 자기들은 20분이면 뚝딱 만드는 걸 6개월 걸려 하면서, 어떤 애는 아니 나는 남친이 어젯밤에 발로 다 해줬어, 그런 이야기를 해요. 

친구한테 중요한 행사인 걸 아는데 제가 그 후배들한테 깽판 칠 수도 없고 조용히 앉아서 행사 진행하는 거 구경하고 친구가 후배들 격하게 칭찬하고 자랑하는 거 다 듣고 적당한 시간에 빠져 나왔어요. 그리고는 자꾸 전화가 오네요, 어땠냐고. 솔직하게 내가 들은 얘기를 다 해주면, 저라면 죽고 싶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가증스런 후배들이 찢고 까불고 해도 다 눈감고 넘어가 주는 건 우주의 정의와 질서를 생각할 때 화가 나네요.  완곡하게 돌려서 얘기를 해 볼까요. 익명의 투서를 할까요. 아님 정말 못 들은 척 할까요. 괜히 도와준다고 갔다가 고민거리만 얻어 왔어요.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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