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갑자기 잃은 사춘기 여자조카를 데리고 있어요.
저도 어린 애들(초등학생)이 둘이나 있는데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데리고 있습니다.
근데 정말 할짓 안할 짓을 다하고 있어요.
학교 빠지는 거 일쑤에
술, 담배는 기본이구요.
인스타로 남자도 만나고 다니다가 사고도 쳤지요.ㅠ
학교 빠지지말고 담배도 나가서 피라니깐
전자담배를 어디서 구했는지
전자담배는 자기 방에서 펴대네요.
과일향 같은 냄새가 계속 나는데
집에서는 안 핀다고, 향수 냄새라고 잡아뗍니다.
태도 불량한 건 기본이고,
아무리 잘해준다해도 남의 집이니
눈치 보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웬걸요. 우리 식구들이 얘 눈치보고 삽니다.
남편도 있는데 옷 좀 제대로 입으라는데도
나시티 한장 배 다 내놓고 다녀요.
저는 워킹맘에 큰 애도 경계선 지능장애로
놀이치료도 다니고 특수반에 다니고 있어요.
큰 애 케어도 벅찰 판에
조카까지 한 몫해서 뒤치다꺼리 하다보니
조카한테는 한 소리도 못하다
내 새끼들한테 제가 화를 더 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요새 우울증 약도 복용중입니다.
이번 연휴에도 조카가 자체 연휴를 쭉 즐기길래
혼을 좀 냈어요.
그랬더니
나도 여기서 있기 싫어,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피식 피식 웃더라구요.
정말 피가 거꾸로 솟고 부들부들 떨리는데
다시는 보기 싫으네요.
내 새끼도 아니고 다 큰 애를 때릴 수도 없고
오만정이 다 떨어지고 홧병이 생겨 미칠 지경입니다.
동생한테도 데려가라고 얘기했고,
조카한테도 할 얘기 못할 얘기 다 쏟아 부었어요.
해놓고나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내가 그릇이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구나
엄마 잃은 조카 마음을 열 방법을 좀 더
찾아볼 걸 그랬나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한켠으로
또 듭니다ㅠ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독실한 크리스천 지인과 친구의 조언 때문인 거 같아요.
기독교적인 사고로
하느님이 복을 주시려고 아이를 보내셨나보다
기도해라 예배 잘 드리고 잘 품어야지
우리가 어른이니깐 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자,
조카는 얼마나 힘들겠냐 등등
제 한계에 부딪히니
마음속으로는 너네가 해봤어?
말은 쉽지 한번 당해보고 얘기해
라는 삐딱한 맘이 들었어요ㅠㅠ
덜 큰 어른이고, 아무도 내 편은 없는 거 같은 저는
그냥 오롯이 내 편 들어주는 이야기가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