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없이 냥이 한마리 키우는 50대 부부가
초등학교 운동장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로 이사온것 부터 잘못이였나봐요.
초품아 아파트를 고집할 이유는 애초에 없었고
집 구하다보니 어쩌다 이 집으로 온건데
집 구하러 다닐 당시가 코로나때여서
학교 주변 모두 그저 조용하기만 해서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우리 부부는 학교 행사나
체육시간 소음 뭐 이런이런거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 했어요.
코로나 끝나고 다시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고
학기중 매일 9시부터 2~3시까지 시끌시끌한
체육시간 소음은 학교 옆에 사는 죄다 하며
어찌어찌 적응했어요.
날씨 좋은 계절에도 이 시간에는 창문을 못 열고
하교시간만 기다렸다 바로 창문 열고
아이들이 방학하면 너희도 좋고 나도 좋다며 쒼나서
같이 손꼽아 방학을 기다리고
개학이 다가오면 나도 같이 우울해지고 ㅎㅎ
그런데 운동회 소음은 진짜 견디기 힘들어요.
게다가 요즘 초등은 운동회를 하루 하는게 아니고
학년별로 나눠 거의 일주일 내내 하네요?
6일 연휴 내내 집에 있던 남편 오늘 겨우 출근시키고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즐기겠구나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핸드드립해서 연휴 내내 손도 못 대던
대바늘 옷 뜨려고 뜨개의자에 앉았는데
갑자기 엄청난 소음이 쏟아져 들어와 놀라서 내다보니
오늘은 1,2학년 운동회라고 난리예요.
지금 몇 시간째 계속 클럽에서나 틀 법한 노래
끊임없이 틀어대며 남자 선생이 목청 터져라
청팀 소리질러~~ 백팀 소리질러!~~ 외치고 있고
아이들이 질러대는 소리와 뜨개의자까지 쿵쿵 울리는
엄청난 노래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예요.
그냥 이번주 내내 운동회 할 시간에
동대문 시장이나 교보 구경하러 나가버리면 딱 좋겠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는 분리불안 심한 냥이가
소음에 자꾸 깨서 저만 찾으니 그것도 못 하고
그냥 쌩으로 냥이와 함께 버티는 중입니다.
정말 진지하게 이사를 고려하다가도
이 나이에 또 냥이 데리고 이사할 생각하면
말할 수 없는 짜증이 밀려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