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스물여섯의 기적

동생이 아주 아픈 자식을 키워요.
미성년자를 지난 지금까지 기저귀를 차고 있고
밥도 자기 손으로 못 먹으며
똥도 엄마가 뽑아줘야 할 만큼 손이 많이 가요.
 
걸음도 제대로 걷질 못 해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붙잡고 다녔어요.
한 쪽 손만 잡으면 아이가 균형을 잃어
동생이 딸을 뒤에서 안아
한 몸처럼 왼발,오른발 하며
걷기를 수십 년째.지나가는 사람들이
"저게 돼네~ "하면서 발을 멈추고 쳐다본대요.아기 때는 산을 거의 기어서 갔으니까요.
 
어쨌든
 
동생이 쉰이 넘어가니 이렇게는 못 살겠더래요.
그래서 남편에게 소리쳤대요.
나한테 단 하루만 자유를 달라!
 
그렇게 일요일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대요.그 황금같은 시간.
딸을 떼어놓고 혼자 뭐할까 생각하다가
산악회를 가입했다지요.
뭘 사야할지 몰라 입던 옷에 들던 가방 메고
스틱 하나 새로 사서 밤 같은 새벽, 관광버스를 탔대요.
 
처음엔 산악회 회원들이 신입생보고 웃더래요.
비닐도 안 뗀 스틱에 
하고 온 모양새며 오늘 산에 오르는 척만 하다가
토낄 각이라며 남자 건 여자 건 시시한 말 한마디 안 건너더래요.그러거나 말거나요
동생,
어떻게 온 산이겠습니까.
어깨에 날개가 달린 것 같더래요.
 
그도 그럴 것이
자기보다 더 큰 몸땡이 가슴에 척 붙여놓고
그 따가운 시선 다 받아가며
왼발,오른발 해야 하는데
이까짓 자기 몸 하나 들고
어디를 못 가겠냐고요.
 
그 높은 산을 일등으로 올라갔다지 뭡니까.
동생은 나이가 오십이 넘도록 자기가 그렇게 산을 잘 타는지 몰랐대요.
 
,,,,,,
 
엊그제 톡이 왔어요.
어디 자랑할 곳도 없고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 한 장 올린대요.
 
거기엔
지 발로 어디도 붙잡지 않고
엄마 사진기 앞 100m 전에 서 있는 조카가 있었어요.
조카 나이 스물 여섯인데
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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