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은 4년전에 이사 온 40대 중후반 젊은 엄마.
일년에 얼굴 다섯번이나 마주칠까 말까...하는 사이.
제가 몇년째 항암 중이라 얼굴은 연탄색, 대머리라 한여름에도 모자 착용, 공황장애, 우울증, 대인기피증까지 와서 항상 집콕 아니면 병원 들락거리느라 이웃과 교류할 여유, 체력이 없어요.
오늘 아침 열시반경.
아래층 아줌마가 엄청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요.(이사후 엘베에서 먼저 인사하고 이웃이니 전번 알려 달라기에 알려 줬었음.)
"안녕하세요. 아래층 인데요,,,, 제가 지금 엄청 많이 아파서 병원에 와 있어요."
깜짝 놀라서 어디가 많이 아프냐고 물었더니, 재활치료 하러 한방병원에 왔다고. (이사 오기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큰일 났어요. 20분 내로 급히 우리 아이가 꼭!!! 가야 할 곳이 있는데 전화를 안 받아요. 우리집 대문 비번을 문자로 보낼게요. 아이가 어느 방에서 자고 있으니 빨리 우리 아이 좀 깨워 주세요. 그 후 제게 다시 전화 좀 주세요.(?)"
침대에 누워 있던 저.
무슨 큰일이 있나 보군. 전화 끊고, 얼른 자켓 걸치고 아래층 벨을 눌렀어요.
중3~고1 정도로 보이는 눈도 덜 떠진, 침대에서 막 나온, 멍~~한 상태로 대문을 잡고 서 있는 여자 아이 앞에서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 합니다.
방금 다급한 네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고, 중요하고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있다고 깨워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너를 깨우러 내려왔고, 너가 기상 했음을 엄마에게 어서 전화 드려라!!!!....... 고 전달하는데
왠일인지 아이는 전혀 급하지도, 놀라지도 않고 그까이꺼 대~~충 듣는 겁니다.
이 아이의 표정에서 전혀 급한 일이 없음과 귀차니즘이 보이는 거에요.
물론 잘 가시라는 인사도 없고. (직업에서 오는 짬밥 무시 못하는게, 저 중등교사 35년후 퇴직한지라 아이의 말과 태도, 표정, 눈빛을 보아하니)
추측건데
엄마가 부재하니 전화 꺼놓고 늦잠을 자고 있고, 담임이 아이가 등교 하지 않았음을 엄마에게 연락.
이 엄마 제게 호들갑 떨면서 무슨 중대한 일을 아이가 놓칠 위기인 냥 전화.
저와 아래층 엄마, 나이 차이도 십몇년 나고, 아이에 관한 일이니 뭐 저런 부탁을 기꺼이 응해 줄수 있어요.
그냥 아이 좀 깨워 주시라 해도 충분할텐데....왠 호들갑?
임무수행후 자기에게 다시 전화 해 달라고(어이없게 윗사람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전화를 다시 해 달라고.... 이런 경우에 어긋나는 사람을 봤나)
제가 전화 안 했더니 30분후 전화 두통 연속으로 오는데 안 받았어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인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원래도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못하는데, 이제 죽어가는 마당에 바른 소리 하기 싫고, 인연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에 더 이상 엮이기도 싫고.
한달에 한번 항암하러 병원 갈때마다
혈액종양내과 의사샘에게서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말들을 많이 들어서 (네 여명이 일년 정도 남았다. 너의 상태는 조만간 복막의 암덩어리가 장을 막아서 대변이 안나올거니 뚫는 시술을 해야 할거야. 등등) 심리상태가 늘 불안, 초조한 상태인데, 마치 아이가 수능시험 시간을 놓친냥 호들갑이라니.
내가 암환자 인것도 알고 있고, 그 엄마 교통사고 후유증 잘 알고 있고, 교류는 없지만 동병상련인 사이.
밤 12시에 음악틀기, 집에서 장구 치기, 관리소 신고 않고 내부 공사하기, 문 쾅쾅 닫기, 등등
다 참았는데 이건 못 참겠네요. 이젠 차단이다.